"나도 노래 잘했으면"…백악관 만찬서 '아메리칸 파이' 소환한 모디
건배사에 노래·문화·음식 화제로 유머 구사…참석자들 폭소
채식 식단에 인도계 테크 거물들 초청…美, '처칠급' 환대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미국을 국빈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백악관 만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앞서 방미 때 노래를 불렀던 일화를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22일(현지시간) 백악관 국빈 만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를 위해 건배하면서 유머 감각을 뽐내 400명 가까운 참석자들 사이에서 폭소를 끌어냈다.
모디 총리는 "여러분의 환대가 손님들을 감동시켜 노래를 부르게 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나도 노래에 재능이 있었으면 좋았겠다. 여러분 모두 앞에서 나 역시 노래를 부를 수 있었을 것"고 말했다.
이를 두고 모디 총리가 지난 4월 백악관 국빈 만찬에서 애창곡 '아메리칸 파이'를 열창해 박수갈채를 받았던 윤 대통령을 언급한 것이라고 AP 통신은 설명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등의 요청에 마이크를 잡고 돈 맥클린의 '아메리칸 파이'를 불렀고 만찬에 참석한 내빈들이 환호를 보냈다.
AP 통신은 모디 총리가 유머감각으로 잘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이날 미국과 인도의 관계가 나날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농담을 이어 갔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바르게 발음할 수 있고, 서로의 발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며 "인도의 어린이는 핼러윈에 스파이더맨이 되고, 미국의 청년은 '나투 나투'에 맞춰 춤을 춘다"고 말했다.
'나투 나투'는 인도 영화 'RRR'(라이즈 로어 리볼트)의 주제가로, 이 곡을 배경으로 한 군무 장면이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낳았다.
모디 총리는 2014년 당시 부통령이었던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을 위해 주최한 연회에서 종교상의 이유로 단식 중이었던 때를 회상하면서 계속 유머를 던졌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님이 내가 단식 중일 때 무엇을 먹을 수 있는지 묻고, 또 묻고, 또 물어보신 것을 기억한다.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었던 때인데 대통령님이 꽤나 걱정을 하셨다"며 "오늘 그걸 만회해 보겠다. 당시 그토록 애틋하게 바라셨던 모든 것이 오늘에야 충족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보다는 '덜 유머 있게' 건배사를 했다고 AP는 촌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 상원 외교위원장이던 20년 전 미국과 인도가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파트너가 된다면 세계가 더 안전한 곳이 될 것이라고 말했던 것을 회고하면서 "이제 내가 대통령이니 오늘날 그걸 훨씬 더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식단은 채식주의자인 모디 총리를 고려해 기장과 옥수수 샐러드, 포토벨로 버섯, 딸기 쇼트케이크 등으로 구성됐으며 식장 곳곳에 연꽃 장식이 가미됐다.
양국 관계의 '각별함'을 보여주는 각계 인사들도 참석했다.
인도계인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팀 쿡 애플 CEO 등 테크 기업인들은 물론이고, 영화 '식스 센스'를 연출한 인도계 할리우드 감독 M. 나이트 샤말란과 질 바이든 여사의 초록색 드레스를 디자인한 미국 디자이너 랠프 로렌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인도 전통 의상인 사리를 현대화한 옷을 입은 참석자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미국은 인도 정부의 인권 침해 우려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를 강력 비판하는 서방과 대비되는 인도의 태도를 둘러싼 우려에도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모디 총리를 적극적으로 환대하고 있다.
특히 모디 총리는 이번에 두 번째로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했다.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은 미 의회가 외국 지도자에게 표하는 최고 예우인데, 모디 총리는 2016년 방미 때에 이어 두 번째로 이같은 자리에 나선 것이다.
두 차례 이상 상·하원 합동연설을 한 사례는 드물어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와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정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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