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소국 벨리즈, 모기와 전쟁…WHO "말라리아 청정국" 선언
1994년 발병 1만건→2019년 0건…3년 연속 발병없어 세계 42번째 청정국 판정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중남미의 작은 나라인 벨리즈가 말라리아 발병 건수를 0건으로 줄이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인증한 '말라리아 청정국'이 됐다.
WHO는 22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70년 이상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싸워온 벨리즈가 말라리아 청정국이 됐다고 밝혔다.
WHO는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엘살바도르에 이어 벨리즈는 지난 5년 사이 말라리아 청정국으로 인증된 미주 대륙의 네 번째 국가가 됐다"면서 "다른 미주 국가에도 귀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쪽으로 멕시코와 국경을 접한 벨리즈는 인구 40만명의 소국이다. 이 나라는 70년 전부터 말라리아를 심각한 보건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질병 퇴치 활동을 벌인 건 1994년부터라고 WHO는 전했다.
말라리아는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모기에게 물려 감염되는 급성열병이다. 전 세계에서 매년 2억명 이상이 감염되고 이 가운데 50만명가량은 사망한다.
벨리즈는 살충제로 처리된 모기장을 보급하고 살충제 살포 활동을 지속해서 벌이며 매개 모기를 통제하기 위해 힘썼다.
2015년부터는 질병 고위험군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서 신속하게 발병 지역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대응 체계를 강화했다. 고위험군 주변에 의료·방역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했다.
WHO를 비롯한 국제기구들의 지원 활동으로 큰 도움을 얻었다. 국제기구들이 벨리즈에서 매개 모기의 분포와 밀도, 살충제 내성 등을 연구한 자료를 토대로 방역 프로그램을 개선했고, 멕시코·과테말라 등 인접국과 협력해 방충 사업을 진행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벨리즈에선 1994년 1만건이었던 연간 말라리아 발병 건수가 2019년부터 0건이 됐다.
WHO는 매개 모기에 의한 말라리아 발병이 3년 연속으로 0건이어야 청정국 인증을 해준다. 말라리아 발병을 신속하게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보건 시스템이 갖춰졌는지도 요건이다.
WHO는 말라리아 청정국 인증을 받은 나라가 벨리즈를 포함해 미주 대륙에서 11개국이며 전 세계에서는 42개국이라고 전했다.
우리나라는 1963년 말라리아를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하고 관리한 끝에 1979년 완전 퇴치를 선언했지만 1993년부터 발병 사례가 다시 나왔다.
최근에도 매년 300∼400명가량의 환자가 나오고 있으며 보건 당국은 2027년에 발병 건수를 0건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퇴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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