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도 기후변화와 싸울 수 있어야…佛, 금융지원방안 논의(종합)

입력 2023-06-23 04:46
개도국도 기후변화와 싸울 수 있어야…佛, 금융지원방안 논의(종합)

WB "위기국가 부채상환 일시중단", IMF "130조원 특별인출권 재배당"

선진국들, 세네갈에 3조5천억원 지원…잠비아, 부채 구조조정 합의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선진국이 배출한 온실가스로 피해를 보고 있는 개발도상국이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회의가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해수면 상승으로 고전하는 카리브해 섬나라 바베이도스의 미아 모틀리 총리와 함께 '새로운 글로벌 금융 협정을 위한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23일까지 열리는 회의에는 중국, 독일,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세네갈, 케냐 등 40개가 넘는 국가 또는 정부 수반과 유엔,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등 국제기구 대표 30여명이 참석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개막 연설에서 그 어떤 나라도 빈곤 퇴치와 기후 변화 대응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서는 안 된다며 개도국을 위한 대규모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AP, AFP 통신 등이 전했다.

이를 위해 IMF, WB와 같은 국제기구들이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현행 금융 시스템은 빈곤 퇴치,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기에 적합하지 않으므로 전 세계 공공 재정에 충격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난하기 때문에 기후변화 위기에 취약한 나라들이 자금 조달을 쉽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온 모틀리 총리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제도의 개혁이 아니라 절대적인 변화"라고 밝혔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1천억달러(약 130조원) 규모의 특별인출권(SDR)을 부국에서 빈국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며 "지금 이곳에서 궁극적인 인류의 미래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SDR은 IMF가 출자 비율에 따라 회원국들에 할당하는 가상의 재원으로, 회원국이 외환 유동성이 부족할 때 필요한 만큼 달러, 유로, 엔, 파운드, 위안 등으로 자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한 권리를 말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IMF의 SDR은 좋은 제도이지만 유럽연합(EU)에 1천600억달러(약 208조원)가 갈 때 아프리카에 340억달러(약 44조원)가 간다며 "국제 금융 체계가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따져보면 유럽 시민이 받는 돈이 아프리카 시민이 받는 돈의 13배"라며 "이 모든 것은 규칙에 따라 정해졌지만, 이런 규칙들은 도덕적으로 심히 옳지 않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제이 방가 WB 총재는 기후 변화 등이 유발한 자연재해로 위기를 겪는 채무국에 부채 상환을 일시 중단하는 메커니즘을 도입하는 등 세계은행의 자금 조달 방식을 상당히 확장하겠다고 발표했다.

방가 총재는 "나라에 위기가 닥쳤을 때 빚을 갚으라는 다음 청구서가 언제 돌아오나 걱정을 멈추고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잠시 부채 상환을 잠시 멈출 수 있게 하겠다"고 설명했다.

우간다 출신 환경운동가 바네사 나카테는 돈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오염을 시킨 사람들에게 돈을 내게 하며, 기후 변화 위기를 촉발하지 않은 국가에 부채를 탕감하고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정상회의에서 세네갈은 EU, 프랑스, 독일, 영국, 캐나다로부터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40%까지 높이는 등 저탄소 경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25억유로(약 3조5천억원)를 지원받는다는 협정을 맺었다.

또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며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포한 잠비아는 중국, 프랑스, 영국 등 채권국으로부터 63억달러(약 8조2천억원) 규모의 국가부채를 구조조정을 한다는 합의에 도달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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