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석에서 격려한 것 아니었나…美대사 "시진핑, 아주 공손했다"
中매체 "美, 우리 주장에 귀 기울이기 시작"…美 "직접 만나 압박한 것"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방중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상석에서 격려하는 듯한 모양새로 만난 데 대해 배석했던 주중미국 대사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당시 회동에 배석한 니컬러스 번스 미국대사는 인터뷰에서 "시 주석은 회동 내내 아주 공손했고, 블링컨 장관은 방중 기간 최고의 대우를 받았다"고 말했다.
앞서 블링컨 장관은 전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을 만났다.
당시 마주한 두 개의 긴 테이블에는 각각 블링컨 장관 일행과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등 중국 측 인사들이 앉았다.
중국은 상석에 시 주석을 위한 별도의 테이블을 마련해 마치 시 주석이 하급자들의 회의를 주재하거나, 격려하는 듯한 모양새를 연출했다.
NYT에 따르면 이 같은 회동 장면에 대해 중국 여론은 '시 주석이 블링컨 장관에게 중국의 이익을 존중하라고 지도한 것'이라며 열광했다.
중국의 관영매체들은 '미국이 중국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식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고, 중국 내 소셜미디어에선 회동이 이뤄진 6월 19일이 미국의 '아버지의 날'이라는 점에 주목해 '미국이 시 주석을 아버지처럼 존경한다는 의미'라는 식의 견강부회 여론도 확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번스 대사는 "인권 문제나 중국에 억류된 미국인의 석방 문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문제에 대한 중국의 협조를 얻어내려면 비공식적 협상은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블링컨 장관이 이번 중국 방문에서 했던 것처럼 상대를 직접 만나 압박해야 한다"면서 "대화를 하는 것이 양보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양국의 충돌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고위급 외교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차원에서 블링컨 장관의 방중이 이뤄졌다는 것이 미국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중국은 자신들에게 더 시급한 현안인 경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블링컨 장관에 앞서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나 지나 러먼도 상무장관의 방중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국 측은 블링컨 장관의 방중이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해 결국 이번 방문이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NYT는 중국이 블링컨 장관의 방중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데 대해 "미국과 외교적인 대화를 재개하길 원하는 중국 지도부의 속마음을 감추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드루 톰슨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학원 초빙 선임연구원은 "시 주석이 상석에 앉아 미국 국무장관을 지도하는 듯한 그림은 중국인들에게 '중국은 다른 강대국에 떳떳이 요구할 뿐 아니라 존경도 받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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