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SAT 킬러문항에 학생들 학원 몰려"…외신도 주목
블룸버그, 한국 입시 문제 조명…"명문대 진학=대기업 취직"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이른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출제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외신도 한국의 입시 문제를 조명하고 나섰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국민의힘과 정부가 전날 수능에서 킬러 문항 출제를 배제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당정은 전날 킬러 문항이 시험 변별력을 높이는 쉬운 방법이지만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근본 원인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공정 수능'을 위해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은 출제를 배제하기로 했다.
사교육 수요 흡수 방안으로는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EBS를 활용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블룸버그는 한국에서 매년 약 35만 명의 고등학생이 미국의 SAT에 해당하는 수능에 응시한다고 소개했다.
이 가운데 킬러 문항에 유리한 학생은 집안 형편이 넉넉해 값비싼 사설 학원을 이용할 수 있는 이들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전날 당정협의회에서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힘든 와중에 학원만 배를 불리는 작금의 상황"이라고 비판한 것도 소개했다.
블룸버그는 교육 시스템의 불평등이 전 세계적인 논쟁거리이지만, 특히 명문대 진학이 소수의 대기업에 취직할 수 있는 수단인 한국에서는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한국의 고등학생들은 정규 전일제 수업 외에 국어, 영어, 수학 등 최소 세 과목 이상을 학원에서 집중 수강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지난 몇 년 동안 입시에서 킬러 문항이 등장하면서 학생들이 이에 대비하기 위해 예시 문제와 모의고사를 제공하는 학원으로 몰려들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또 이런 사설 학원들의 수강료가 너무 비싸 국회와 교사 단체의 비판을 받고 있으며, 일부 학원은 정부의 킬러 문항 출제 배제 지침이 올해 말 수능을 치르는 학생들에게 혼란만 야기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블룸버그는 학부모 입장에선 자녀가 좋은 수능 성적을 얻도록 학원을 이용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 결과 지난해 한국의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이 전년 대비 11%가량 증가한 약 26조원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s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