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 신작 '엘리멘탈' 美 흥행 참패…애니 명가 입지 '흔들'

입력 2023-06-20 09:53
픽사 신작 '엘리멘탈' 美 흥행 참패…애니 명가 입지 '흔들'

28년간 역대 픽사 개봉 성적 중 최악…스트리밍 플랫폼 보편화 등 영향

"기존 캐릭터 인지도 없으면 작품성 뛰어나도 입소문 어려워"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토이스토리', '업' 등 어른들에게도 감동을 주는 명작으로 유명했던 픽사 스튜디오가 신작 개봉 후 최악의 흥행 성적을 기록하며 수년째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영화 흥행수입 집계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픽사의 신작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은 미국에서 지난 16일 개봉 후 3일간 2천950만달러(약 378억원)의 티켓 매출을 올렸다.

미국 외 지역에서 벌어들인 1천500만달러(약 192억원)를 더해도 전체 수입은 4천450만달러(약 571억원)에 그쳤다.

이 영화 제작에 2억달러(약 2천566억원)가 들어간 것을 고려하면 손익분기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개봉 첫 주 사흘간의 미국 내 수입은 그동안 픽사의 흥행 실패작인 2015년 '더 굿 다이노소어'(3천900만달러), 2020년 '온워드'(3천900만달러), 지난해 '라이트이어'(5천100만달러)보다 더 부진했다.

미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이번 개봉작의 흥행 참패를 "픽사의 28년 역사상 최악의 데뷔"라고 전하면서 픽사가 과거의 영광을 언제 다시 찾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고 짚었다.



특히 근래 스트리밍 플랫폼 채널의 확대는 애니메이션 업계에 큰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앞서 모회사인 디즈니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픽사 스튜디오의 3개 작품을 극장에 걸지 않고 스트리밍 채널인 디즈니플러스에서 곧바로 상영했다.

가족 단위 관객들은 픽사 스타일의 잔잔한 애니메이션을 집에서 시청하는 데 익숙해졌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픽사의 최고 창작책임자 피트 닥터도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영화가 곧 나올 것을 안다면 4인 가족이 극장에 가서 돈을 쓰기는 더 비싸다고 느낄 것"이라고 인정했다.

'엘리멘탈'은 불, 물, 공기, 흙 등 4개 원소가 사는 '엘리멘트 시티'를 배경으로 다양성의 가치를 녹여낸 작품으로, 영화시장조사업체 시네마스코어에서 관객 평점 A를 받았다.

디즈니는 이 애니메이션의 작품성을 홍보하기 위해 지난달 칸국제영화제에서 '엘리멘탈'을 상영하기도 했다. 당시 영화가 끝나고 5분간의 기립박수가 쏟아졌지만,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데는 별 효과가 없었던 셈이다.

이에 비해 근래 극장에서 흥행한 애니메이션은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와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등 기존 게임이나 영화 캐릭터의 인지도가 높은 작품들이었다.

과거 픽사의 애니메이션 '월-E'와 '인사이드 아웃', '라따뚜이' 등은 예술영화에 가까운 작품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흥행에도 성공했지만, 점점 이런 오리지널 창작 애니메이션의 흥행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환경이 됐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박스오피스 분석가 제프 복은 "요즘 오리지널 창작 영화에 대한 평가가 입소문이 나기는 매우 어렵다"며 "다른 많은 선택지가 널려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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