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축구팀, '인종차별 욕' 카타르와 경기 중단
(오클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 뉴질랜드 국가대표 축구팀이 카타르와의 경기 도중 상대방 선수가 인종차별적 욕을 했다는 이유로 경기를 거부하고 경기장을 떠났다.
20일 뉴질랜드 매체들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빈에서 전날(현지시간) 열린 친선 경기에서 뉴질랜드 국가대표 축구팀 '올 화이츠'의 마이클 박솔 선수가 상대 카타르 팀 선수로부터 인종차별적 욕설을 들은 뒤 박솔을 비롯한 팀이 경기를 포기했다.
뉴질랜드 축구협회는 성명을 통해 사모아계인 박솔이 전반전 경기 도중 카타르 선수로부터 인종차별적 욕설을 들었으나, 심판이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음에 따라 전반전 경기가 끝난 뒤 후반전 경기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건은 전반 40분쯤 카타르가 프리킥을 얻으면서 일어났다.
이때 카타르의 유수프 압두리삭 선수가 박솔에게 무슨 말인가를 하자 올 화이츠 선수들이 크게 화를 내고 양 팀 선수들이 서로 밀고 당기는 사태가 벌어졌다.
올 화이츠의 주장 조 벨은 즉각 마누엘 슈텐그러버 주심에게 항의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자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어댔다.
이에 올 화이츠는 남은 전반 5분은 그대로 경기를 진행했으나, 후반전은 경기를 거부했다.
전반이 끝났을 때 올 화이츠가 1-0으로 앞서고 있었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카타르 감독은 텔레비전 중계방송에서 뉴질랜드가 경기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압두리삭이 무슨 말을 했는지 듣지 못했으나, 국제축구연맹(FIFA)이 조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은 이런 거다. 분명한 것은 두 선수가 운동장에서 말을 주고받았고, 뉴질랜드 선수들은 우리 팀이 우리 선수를 지지하는 것처럼 자신들의 동료를 지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들이 증인도 없이 경기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심판은 무슨 말이 오갔는지 듣지도 못했고 두 선수 사이에 말다툼만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축구의 새로운 장으로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어떤 것"이라며 "FIFA가 철저하게 조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축구협회는 올 화이츠 선수들이 인종차별에 결연히 맞선 것을 칭찬한다며 "축구협회는 선수들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스트리아에서는 쿠웨이트와 경기를 벌이던 아일랜드 U21 팀도 자기 팀 교체 선수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3-0으로 앞서던 경기를 포기하는 일이 일어났다.
이에 앞서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지난 16일 바르셀로나에서 "인종차별이 있는 곳에 축구는 없다"며 인종차별적 욕이 나오면 경기가 중단되어야 한다고 단호한 입장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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