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증권업협회 "미 기준금리 현 수준이 정점…경기침체 예상"(종합)
국제증권협회협의회 서울서 콘퍼런스…AI·토큰증권 등 기술혁신 논의
"국내 시장에 모험자본 공급 필요…BDC 도입 노력"
(서울=연합뉴스) 홍유담 기자 = 미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금리는 현 수준을 유지하다 인하될 것이라는 미국 금융시장 전문가의 진단이 나왔다.
피터 매티슨 미국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SIFMA) 전무는 20일 금융투자협회 주최로 포시즌스호텔 서울에서 열린 '국제증권협회협의회(ICSA) 국제콘퍼런스'에서 "미국 경제전문가의 78%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 금리가 5.00∼5.25%까지 올랐다 그 이후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5.00∼5.25%로 유지한 것을 고려하면 추가 금리 인상 없이 현 수준이 유지되다 내릴 것이라는 의미다.
매티슨 전무는 "미국 금융 시장은 예상보다 더 탄력적으로 회복됐으나 내년 예정된 미국 대선으로 아직 매우 불투명한 상태"라며 "미국의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7%로 예상되고 인플레이션은 올해 말과 내년 말에 모두 3.0%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아직 경기침체에 진입했다고 보는 시각은 없는 것 같지만, 곧 침체가 나타날 것으로 생각하는 경제학자가 많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전병서 경희대 교수는 "미·중 관계가 더 악화해 '아메리칸 스탠더드'와 '차이니즈 스탠더드'로 분리됐을 때의 금융시장에 대비해야 한다"며 "경제 패권국은 제조와 무역, 기술 순으로 패권을 잡은 후 금융 대국이 되는데 제조와 무역 부문의 세계 1위는 중국, 기술 1위는 미국이므로 필연적으로 양국은 기술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향후 5∼15년 사이 미국의 GDP를 제칠 가능성이 있다"며 "미·중 전쟁의 끝은 기술 전쟁이 아닌 금융 전쟁"이라고 내다봤다.
국제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국제기구인 ICSA는 지난 18일부터 이날까지 3일간 연차 총회를 열었다. 총회 첫날과 둘째 날은 비공개 세션이 진행됐다.
셋째 날인 이날 '금융산업의 미래 대비'를 주제로 열린 콘퍼런스에서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토큰증권(ST), 가상자산 등 금융투자업계의 기술 혁신과 각국의 관련 규제 동향이 비중 있게 다뤄졌다.
브라이언 패스코 국제자본시장협회(ICMA) 회장은 "국제 금융시장은 팬데믹, 전쟁, 은행 부실 등을 겪으면서 불안정한 상태로 시장의 리스크를 낮추기 위한 수단으로서 기술혁신을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시장 참여자와 규제 담당자들의 협업을 통해 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장법 간소화, 중소기업 리서치 확대 등 모험자본(유망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자금) 공급을 위한 논의와 관련 사례 공유도 이어졌다.
조나단 복 블랙스톤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대표는 "BDC 투자는 약 1조5천억원 달러 규모의 직접 대출(DL)에 집중돼 있지만, 잠재 규모가 4조 달러에 육박하는 등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 조나단 딕스 옥토퍼스 인베스트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벤처캐피탈에 투자하는 상품인 VCT(Venture Capital Trust)가 영국에서 세제 주도형 상품으로 일반 투자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고 소개하며 "VCT 투자받은 1천개 기업이 가파르게 성장 중이고 영국에서 7만명 이상의 고용 창출과 7천만 파운드의 세수 증대 등 경제 효과를 창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벤처겨울'(Venture Winter)을 극복하고 모험자본시장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VCT와 같은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부연했다.
고영호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장은 "한국 모험자본 시장에도 액셀러레이터, 크라우드펀딩, 벤처캐피탈, 사모펀드 등 모험자본 공급을 위한 다양한 제도들이 있지만 최근 금리 인상과 유동성 축소, 위험 기피로 모험자본 공급이 어려운 시기"라며 "BDC가 조속히 도입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유석 금투협회장도 "BDC는 벤처시장과 자본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제도"라며 "미국 BDC와 영국 VCT도 고금리·고인플레이션으로 벤처투자가 위축된 현재 상황과 비슷한 시기에 도입된 만큼 국내도 지금이 BDC 도입의 최적기"라고 호응했다.
아울러 글로벌 채권시장의 취약점 개선과 국내 회사채 시장의 구조 개선, 각국의 연금 제도 등에 대한 논의 등도 이뤄졌다.
서 협회장은 "협회는 지난 1997년과 2008년에 ICSA 연차총회를 개최한 바 있다"며 "당시는 모두 글로벌 금융위기 시점이었는데, 연차총회를 통해 위기 대응에 대한 글로벌 인사이트를 얻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콘퍼런스가 위기를 극복하고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한 마중물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yd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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