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향방은…러 붕괴부터 핵전쟁까지 4대 시나리오
"완승·완패 비현실적…교착 지속돼 푸틴정권 흔들수도"
"서방지원 한계 임박…푸틴, 이유있는 버티기 전략 돌입"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를 되찾기 위한 대반격에 나섰지만 미래는 불투명하다.
앞으로 대반격이 어떻게 진행될지 불확실하며 전쟁 자체의 승패를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도 백가쟁명이다.
미샤 그레니 오스트리아 인문과학연구소 소장은 18일(현지시간) 더타임스를 통해 전쟁 결과를 ▲ 우크라이나 완승 ▲ 러시아 완승 ▲ 러시아 정권을 흔들 교착 상태 ▲ 핵전쟁을 부를 확전 등 4대 시나리오로 진단했다.
먼저 우크라이나가 완승한다면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러시아 정권의 종말을 의미할 수도 있다.
그레니 소장은 "푸틴이 살아남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러시아는 혼란에 빠지고 핵탄두를 어느 국가보다 많이 보유한 나라에서 일련의 내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반대로 러시아의 완승은 우크라이나에 재앙이고 서방에도 중대한 타격이다.
그레니 소장은 "유럽은 예측 불가능하고 침략적인 군사강국을 문턱에 두고 살아야 할 것"이라며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중국도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한쪽의 완승은 상대적으로 현실화하기 어려운 시나리오로 평가된다.
그레니 소장은 교착이 지속되는 세 번째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고 진단했다.
장기 소모전이 지속되면 서방에는 패배처럼 보일 수 있지만, 미국은 안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그레니 소장의 견해다.
그레니 소장은 그간 행태를 살펴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선호하는 선택지는 종전과 협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이런 상황에 몰리면 점령지 내 러시아의 영향력을 최대한 약화하고 푸틴 정권을 흔드는 데 주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쟁 이론가들은 적국에 혼란, 나아가 내전을 촉발하는 이 같은 전략을 '재앙적 성공'이라고 부른다.
이들 전문가는 러시아가 1905년 일본, 1917년 독일에 패전한 뒤 혁명에 직면했다는 역사를 같은 맥락에서 주목한다.
그레니 소장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이런 궁지에 몰아넣으려는 명백한 책략이 남부전선에서 보인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시작된 대반격에서 남부 점령지 일부를 빼앗아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육로를 차단하려 하고 있다.
작년에 강행한 것처럼 나중에 케르치 해협을 가로질러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크림대교까지 파괴하면 고립 작전은 성공한다.
그레니 소장은 "크림반도는 러시아 민간인들의 감정을 가장 크게 자극하는 지역"이라며 "러시아 정부가 크림반도에 대한 장악력을 잃으면 심각한 신뢰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기에서 마지막 네 번째 시나리오가 파생될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정권의 붕괴 위기에 맞서 마지막 남은 수단인 핵무기를 꺼내 들 수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등 푸틴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인사들은 이미 서방의 개입 억제를 위해 핵전쟁 같은 최악 시나리오를 수시로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우크라이나전이 핵전쟁으로 확대되도록 상황 악화를 용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레니 소장은 서방이 우크라이나의 승리 선언까지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공언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서방 지원에 한도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현재 목표는 러시아를 무너뜨리는 게 아니라 우크라이나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서 러시아와 평화협상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달 CNN 방송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전쟁터에서 가능한 한 많이 전진해 협상 테이블에서 될 수 있는 한 가장 강력한 위치에 앉도록 지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 미국 정부는 핵전쟁을 부를 확전을 막기 위해 러시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과 협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레니 소장은 미국 정보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작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암묵적으로 합의했다"며 "중국은 푸틴이 핵무기를 쓰지 못하도록 압박하고 미국은 러시아 본토를 때릴 수 있는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주지 않는다는 게 그 내용"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재선을 위해 우크라이나 장기 지원에 싸늘해지는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변수로 주목된다.
이반 크레스테프 인문과학연구소 연구원은 "푸틴의 전략은 분명하다"며 "서방이 인내심을 잃을 것이며 모든 상황이 미국 대선과 함께 바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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