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 8년 만에 800원대…"현 수준 저점에 가까워"
'나 홀로' 초완화통화정책 고수한 日…원화는 반도체 기대에 강세
전문가들 "단기 저점 890원 선…하반기엔 상승 가능성 높아"
(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기자 = 19일 원/엔 환율이 100엔당 800원대에 진입하면서, 원화 대비 엔화 가치가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원/엔 환율이 단기적으로 더 떨어질 수 있지만, 현 수준이 저점에 가깝다고 봤다.
19일 오전 8시 23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97.49원으로 고시됐다. 원/엔 환율이 800원대까지 내린 것은 지난 2015년 6월 말 이후 8년 만이다.
엔화 가치가 떨어진 것은 미국·유럽 등 주요국에서 긴축을 이어가는 가운데서도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완화정책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지난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일본은행 단기금리를 마이너스(-0.1%) 상태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금리를 0% 수준으로 유지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최근 물가 하락 속도가 생각보다 늦은 면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하락 국면의 시작 단계라고 생각한다며, 올해 중반 이후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하반기 물가 상승 압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발언이 나오면서,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선회 가능성이 떨어지고 엔화에 약세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원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나타낸 것도 맞물렸다.
원화는 반도체 시장 회복 기대감에 힘입어 한국 주식시장으로 외국인 순매수 흐름이 나타나면서 최근 한 달 강세를 나타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강하게 상승하면서 반도체 주식들이 최근 다 같이 랠리를 펼쳤다"며 "그 과정에서 외국인들이 한국 반도체 주식을 많이 사면서 원화 강세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원/엔이 단기적으로 더 떨어질 수 있다며 단기 저점으로 100엔당 890원 선을 제시했다.
서정훈 하나은행 자금시장영업부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100엔당 890원 선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백석현 연구원도 "원/엔 환율이 더 하락할 수 있겠지만 현 수준이면 저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며 "890원 선 아래까지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하반기에 원/엔이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일본은행의 정책 선회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고, 미국의 시장 금리가 떨어지면 미·일 금리차도 축소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승혁 연구원은 "엔화 약세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미·일 금리차가 벌어진 데 따른 엔 캐리 트레이드"라며 "올해 하반기 미국 10년물 금리가 하락하고,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가 축소된다면 그 수요는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단기적으로 원/엔이 조금 더 떨어지더라도, 3∼4분기 들어서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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