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전문가 "바그너 수장 프리고진, 국방부와 세력다툼서 패배"
"푸틴, 국방장관 편들어"…프리고진 "죄수 용병 3만2천명 사회 복귀"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러시아의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의 세력다툼에서 완전히 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잡지는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이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전한 러시아 군사평론가 이고리 기르킨의 발언을 근거로 이같이 평가했다.
러시아 군·연방보안국(FSB) 장교 출신으로 인기 군사블로거로 활동하고 있는 기르킨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프리고진과 쇼이구 간 분쟁에서 쇼이구의 손을 들어줬다고 논평했다.
푸틴이 쇼이구의 편에 완전히 섰고, 프리고진은 앞으로 쇼이구의 명령을 들어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기르킨은 "프리고진이 며칠 전 푸틴 대통령을 면담한 이후 조용해졌다는 점에서 확실해 보인다. 그는 결정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패배를 당한 것 같다"고 전했다.
앞서 쇼이구 장관은 지난 10일 바그너 그룹을 포함한 모든 의용부대가 내달 1일까지 국방부와 공식 계약을 체결하도록 명령했다. 우크라이나전에 참여 중인 의용부대들의 활동과 법적 지위를 조율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러시아 현지 언론은 쇼이구 장관의 이 명령이 지휘 체계상 국방부 관할에서 벗어나 있던 의용부대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특히 국방부를 강력 비판해온 바그너 그룹을 굴복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프리고진은 바그너 그룹이 국방부의 지휘를 받게 되면 전투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하며 쇼이구 장관의 계약 체결 명령을 거부해 왔다.
이후 프리고진의 버팀목이 돼 오던 푸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계약을 통해 민간 군사기업의 활동을 합법화하려는 국방부 정책을 지지한다"면서 공개적으로 쇼이구 편을 들고, 곧이어 프리고진을 불러 쇼이구 장관의 지휘를 따르도록 지시하면서 그의 패배가 확실해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바그너 그룹은 지난해 중반부터 러시아 정규군이 고전하는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주요 전투를 이끌며 공격의 선봉에 서왔다.
지난달에는 수개월간의 격전 끝에 우크라이나 동부 요충지 바흐무트를 점령하는 전과를 올렸고, 이후 이곳을 러시아 정규군에 넘기고 철수했다.
프리고진은 바그너 그룹이 우크라이나전에서 선전하는 동안 러시아 정규군이 제대로 임무를 수행하지 못했고 군 지도부가 무능하다는 비판을 서슴지 않으며 국방부와 마찰을 빚었다.
바흐무트 점령 과정에서도 국방부가 제때 무기와 탄약을 보급하지 않아 바그너 부대의 피해가 커졌다면서, 쇼이구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 등을 맹비난한 바 있다.
한편, 프리고진은 이날 러시아 내 교도소에서 차출해 우크라이나전에 투입했던 죄수 용병 3만2천명이 임무 수행을 마치고 사회로 복귀했다고 밝혔다.
프리고진은 지난해 후반부터 직접 전국의 교도소를 돌며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6개월 이상 전투 임무를 수행하면 사면해 준다는 조건으로 살인자 등 중범죄자들을 바그너 그룹으로 차출해 전선에 보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돌아온 복역자들이 또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등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인권 단체들의 지적에 대해 "사면된 수감자들이 저지른 범죄는 83건뿐"이라며 "이는 정상적으로 복역한 후 석방된 다른 죄수들이 저지른 범죄 건수의 80분의 1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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