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약 칼슘 통로 차단제, 녹내장 위험↑"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칼슘 통로 차단제(CCB·calcium channel blockers) 계열의 혈압약이 안과 질환인 녹내장(glaucoma) 위험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칼슘 통로 차단제는 혈관 협착을 유발하는 칼슘의 활동을 억제함으로써 혈관을 이완시켜 혈압을 내리게 한다.
녹내장은 안구에 영양을 공급하는 동시에 안압을 유지해 주는 눈 속의 체액인 방수(房水)의 배출구가 좁아지면서 안압이 상승, 망막의 시신경이 손상되는 질환으로 시력이 점차 떨어지면서 실명까지 이를 수 있다.
영국 무어필드 안과병원의 앤서니 카와자 교수 연구팀이 유럽에서 총 14만3천240명의 녹내장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11건의 연구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의학 뉴스 포털 메드페이지 투데이(MedPage Today)가 17일 보도했다.
전체적으로 칼슘 통로 차단제 처방을 받은 일이 있는 사람은 혈압약을 전혀 사용한 일이 없는 사람보다 녹내장 발생률이 23% 높았다.
특히 다른 조직보다 심장 조직에 더 큰 활동성을 지닌 심장 선택적(cardioselective) 칼슘 통로 차단제를 단독으로 사용한 사람은 녹내장 발생률이 96% 높았다.
연구팀은 고혈압 치료의 경우 혈압약 한 가지만을 투여하는 단일요법과 한 가지 이상 투여하는 복합 치료를 구분해서 분석했다.
베타 차단제(beta-blocker) 계열의 혈압약을 사용한 사람은 녹내장의 원인인 안압이 낮았다.
전신성(systemic) 베타 차단제 사용자는 안압이 평균 0.33mmHg 낮았다.
특정 목적에만 효과가 있는 선택적(selective) 베타 차단제 한 가지만 사용한 사람은 안압이 평균 0.45mmHg, 비선택적(non-selective) 베타 차단제 사용자는 0.54mmHg 낮았다.
이밖에 고지혈증 치료제(스타틴), 항우울제(부프로피온), 당뇨약(메트포르민)은 안압 상승이나 녹내장과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추가 연구에서 칼슘 통로 차단제와 녹내장 위험 사이의 이 같은 연관이 인과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다면 녹내장이 있거나 안압이 높아 녹내장 위험이 큰 고혈압 환자는 칼슘 통로 차단제를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연구팀은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안과 학회(American Academy of Ophthalmology) 학술지 '안과학'(Ophthalmology) 최신호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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