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턴어라운드 하나…IT 수출에 명운 건 한국경제
KDI, 경기 저점 시사 이후 정부도 "하방위험 완화" 평가
평가 변화 배경은 수출 흐름…이달 전후로 플러스 전환 전망
반도체 경기 회복 여부·강도 따라 올해 한국경제도 희비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 6월을 기점으로 한국 경제가 반등할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상반기 한국 경제 부진의 원흉이었던 수출에서 개선 기미가 감지되면서 턴어라운드(turnaround) 가능성을 제기하는 시각이 급속히 늘어나는 것이다.
경제계에선 결국 전 세계적인 반도체 경기의 회복 시기와 반등 폭이 올해 한국경제의 명운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 KDI 턴어라운드 제기 후 정부도 화답
18일 정부와 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이달을 기점으로 한국 경제의 턴어라운드 가능성을 제기하는 시각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이르면 6월이 올해 상저하고(上低下高) 경기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경기 저점을 시사하는 지표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표현으로 턴어라운드 논의의 포문을 열었다.
'경기 부진의 지속'이라는 표현이 '급격한 하강세가 다소 진정된다'는 표현으로 바뀐 후 이번엔 경기가 저점을 지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16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6월호에서 "경제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으나 하방 위험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화답했다.
국책연구원이 경기 턴어라운드 진단의 문을 열고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정부가 이를 일정 부분 인정하는 모양으로 턴어라운드 가능성을 제기한 셈이다.
◇ 1~10일 수출 플러스…이르면 이달부터 플러스 전환
경기 전환에 대한 판단이 이처럼 빠른 속도로 전환되는 배경을 묻는 연합뉴스 기자의 질문에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마디로 수출"이라고 답변했다.
이 관계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점차 둔화하는 상황에서 고용시장도 상대적으로 선방하는 등 내수 지표는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라면서 "현재 한국 경제에서 가장 모자란 부분이 수출인데 그 부분에서 개선 신호가 나오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6월 1~10일 수출 통계를 주목하고 있다. 이 기간에 수출은 작년 동기 대비로 1.2% 증가했다. 1∼10일 수출액이 증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월(11.6%) 이후 4개월 만이다
5월 수출 통계를 보면 대(對)중국 수출은 106억2천만달러, 반도체 수출은 73억7천만달러로 모두 전월 대비 개선됐다.
정부는 수출이 올해 1월을 저점으로 점차 바닥을 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6월부터는 무역수지에서도 본격적인 개선 기미가 감지되면서 4분기에는 상당 수준의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미국 시장에서도 정보기술(IT) 업황 개선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 이르면 3분기부터 반도체 시장에서 수요가 공급을 넘어설 가능성도 흘러나온다. D램 등 가격 상승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가을 5만원대 초반까지 밀렸던 삼성전자[005930] 주가가 이달 들어 장중 7만3천원에 근접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본다.
◇ "IT 수출 반등 강도·시기, 한국경제 좌우"
정부가 반도체 등 수출을 보면서 하반기 경기 턴어라운드 시기를 논하는 것은 한국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 때문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는 지표상 매우 어려운 시기였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부분이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최근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을 기존 1.6%에서 1.4%로 하향 조정하면서 IT 부문을 제외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1.8%로 추산했다.
한국 경제에서 IT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이 부분이 부진하면 나머지 부분이 모두 잘 돌아가도 잠재성장률을 하회한다. 바꿔말하면 IT 수출이 호전되면 경기도 급반전할 수 있는 것이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3%를 기록하면서 물가 압력을 줄이고 있다.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규정할 수는 없지만 지난해 한때 6%대까지 올랐던 점을 고려하면 상당 부분 둔화한 수치다.
같은 달 취업자는 35만명 증가했다. 비교 시점인 지난해 5월 취업자 증가 폭이 93만5천명이나 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조업·건설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IT 수출은 전 세계적인 IT 경기에 따라 급변동하는 경향이 강한데 우리나라 경제는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면서 "이 때문에 IT 수출의 반등 시기 및 강도는 바로 한국 경제의 반등 시기·강도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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