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포사 우크라 도착…아프리카 평화사절단 젤렌스키 면담

입력 2023-06-16 19:03
수정 2023-06-16 19:12
라마포사 우크라 도착…아프리카 평화사절단 젤렌스키 면담

곡물·비료 수출제한 논의 집중 전망…내일 푸틴 만날 예정

"의미 있는 결과 도출 힘들 것"…러, 키이우 공습 지속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오전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아프리카 평화사절단의 일원으로 이날 수도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전쟁 종식을 위한 중재에 나선다.

남아공 대통령실은 이날 트위터 계정에서 라마포사 대통령이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출발한 기차 편으로 키이우 서쪽 외곽 네미스헤이브 역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평화사절단 구성원과 함께 러시아군에 의해 수많은 우크라이나 민간인이 학살된 키이우 부차를 방문했다고 대통령실은 덧붙였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 하카인데 히칠레마 잠비아 대통령, 아프리카연합(AU) 의장국인 코모로의 아잘리 아수마니 대통령과 함께 이날 키이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면담한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 드니 사수 응게소 콩고 대통령이 보낸 대리인들도 이들과 함께한다.

남아공을 비롯한 아프리카 7개국 지도자들로 구성된 평화사절단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 면담 이후 키이우에서 출발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동한다.

이어 17일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블리다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면담할 예정이다.



아프리카 평화사절단은 젤렌스키와 푸틴 대통령을 차례로 만나 자신들에게도 절실한 문제인 우크라이나 곡물과 러시아 비료 수출 제한 해제를 위한 논의에 집중할 전망이다.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의 곡물과 러시아 비료 수출이 심각하게 제한되며 세계 식량 시장의 불안정성과 기아 문제를 악화시켰고, 특히 아프리카가 큰 피해를 봤다.

러시아는 흑해곡물협정으로 우크라이나는 흑해를 통해 전 세계로 곡물을 수출할 수 있지만, 자국의 곡물과 비료 수출에 대한 서방의 제재는 여전히 해제되지 않고 있다며 곡물협정 중단을 위협하고 있다.

평화사절단은 아울러 러시아군 철수, 벨라루스 전술핵 제거, 국제형사재판소(ICC)의 푸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효력 정지, 포로 교환 등의 신뢰 구축 조치를 제안할 수 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그러나 평화협상의 전제 조건에 대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입장 차이와 구성원들이 국제정치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감안할 때 아프리카 평화사절단의 중재 노력이 의미 있는 결실을 얻기는 쉽지 않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남아공 현지 eNCA방송에 출연한 국제관계 전문가인 브루스 스펙터는 "러시아 철군을 전제로 평화협상이 가능하다는 우크라이나와 현 상태에서 협상을 시작하자는 러시아의 입장 차이가 크다"며 "하루씩의 형식적인 방문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라마포사 대통령도 이런 현실적인 한계를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우크라이나 입국 전 성명에서 "아프리카 평화사절단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분쟁 해결을 위해 세계의 다양한 지역과 국가에서 진행 중인 논의에 더해 아프리카의 관점과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호소를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의 평화 이니셔티브는 다른 관련 당사자들의 제시한 평화 이니셔티브를 보완하는 것"이라며 "아프리카 평화사절단의 강점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국의 환영을 받는다는 사실 자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아프리카 평화사절단이 방문한 키이우에는 이날도 러시아의 공습이 이어졌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푸틴은 최근 수주간 키이우에 미사일 공격을 퍼부으며 신뢰를 구축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은 아프리카 평화사절단에 러시아가 평화가 아닌 전쟁을 원한다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앞서 폴란드에서는 평화사절단 일정을 위해 비행기 편으로 도착한 남아공 대통령실의 일부 경호 인력과 출입 기자들이 입국 허가를 받지 못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빈센트 마궤니아 남아공 대통령실 대변인은 "폴란드 관계 당국과 문제 해결을 위해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최소 (17일) 러시아 일정이라도 동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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