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 "美中 벼랑 끝 상황…이대로 가면 대만서 전쟁 가능성"
블룸버그 인터뷰…"우크라 승리하면 푸틴 실권 불가피"
"EU탈퇴 영국, 미-유럽 연결고리…프랑스보다 나은 위치"
"독일이 유럽 무게중심…달라진 힘 어떻게 발휘할지 딜레마"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국제정치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헨리 키신저(100)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이 미국과 중국의 갈등 상황을 '벼랑에 있다'고 표현하며 현 추세가 계속되면 대만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현재 관계 추세로 보면 얼마간의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현재의 관계 추세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1970년대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후임 제럴드 포드 대통령 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 국무장관을 지내며 냉전 시대 미국 외교를 이끈 인물이다.
특히 1971년 극비리에 중국을 방문해 당시 저우언라이(周恩來) 중국 총리와 회동하는 등 물밑 외교를 펼쳐 이듬해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방중을 성사시키고 1979년 미·중 수교의 산파 역할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 행정부를 떠난 이후에도 중국에 천착해 2011년 저서 '중국론(On China)'을 펴내기도 한 키신저는 미국과 중국의 대치 상황이 "벼랑 꼭대기에 있다"면서 여기서 물러나는 것은 양국 모두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현재 양국 관계가 "각자의 가장 큰 위협이 상대국인, 즉 중국의 가장 큰 위협이 미국이고 반대로 미국도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독특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이) 그동안 내가 제안해온 종류의 대화에 실질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어" 양국의 긴장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아직 확실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두 초강대국 간의 전쟁에서 승자는 없다는 점은 자명하다면서 "이기게 되더라도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에 유리하게 마무리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실권하리라고 봤다.
그는 러시아가 군사 공격을 중단하고 유럽과 평화 협정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전쟁이 끝날 경우 푸틴이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건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나는 러시아가 유럽과의 관계에서 합의와 일치된 의견에 기초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기를 바란다"며 "만일 이번 전쟁이 제대로 끝난다면 이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러시아가 유럽을 정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유럽과 세계는 더 안정될 것이지만, 러시아는 다른 국가들처럼 합의에 따라 유럽의 일부로 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그러나 러시아가 "해체되거나 울분에 찬 무기력 상태로 추락하는 상황"은 또 다른 긴장을 유발할 수 있어 피해야 한다면서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통해 강력한 민주주의국가로 부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푸틴 대통령에 대해서는 "양가감정과 충족되지 못하는 열망에 사로잡힌 도스토옙스키 유형의 인물"이라며 지도자로서 권력을 휘두르는 데 능숙하고 우크라이나와의 관계에서는 이를 "과도하게 사용했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이 상트페테르부르크 부시장이던 1990년대부터 교류해왔다는 키신저는 "푸틴은 상트페테르부르크나 모스크바 같은 주요 도시에 유럽의 군사력이 쉽게 도달하게 되는 것을 절대 원하지 않으므로 (유럽의 팽창에) 비합리적인 수준으로 반응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한 영국과, 유럽의 맹주로서 부상한 독일의 역할 등 전반적인 유럽의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이후 영국이 프랑스보다 나은 위치에 있으며 유럽과 미국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다면서 "이는 영국이 미국과 같은 방향의 정치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문제는 미국과의 관계가 아니라 유럽과의 관계"라고 말했다.
또 유럽의 정치적 무게중심이 독일로 움직이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며, 어떻게 하면 커지는 힘을 잘 발휘하고 동시에 이웃 국가를 소외시키지 않을 수 있느냐가 독일이 직면한 난관이라고 지적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그러면서 유럽에서 "선도 국가는 모든 당사국의 이해관계를 맞추는 데 있어 절제와 지혜의 본보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키신저는 19세기 말 오토 폰 비스마르크 독일제국 초대 수상 사임 이후의 상황과 현재 독일이 유사하다고도 했다. 당시 독일제국이 통일에 따른 변화된 양상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수십 년 뒤 두차례 세계대전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는데 지금 독일도 비슷한 위치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지금의 현실을 바탕으로 유럽에 새로운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순간에 있다. 이는 현세대가 마주한 새로운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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