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갈등속 방중 민주 의원단 "중국도 관계악화 불원 표명"(종합)
"한국행 단체관광 허용검토 약속"…"동시에 韓 선의의 조치도 요구"
방중 시기 적절성 논란에 "이런 와중이기에 더더욱 방중해야"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의 고압적 언사 등으로 한중관계가 파열음을 내는 상황에서 방중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중국 측이 한중관계의 추가 악화를 바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중국을 방문해 외교부와 싱크탱크 관계자 등을 만난 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 소속 김태년·홍익표·홍기원·홍성국 의원 등 4명은 15일 귀국에 앞서 베이징에서 개최한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중국 측의 기류를 이렇게 전했다.
김태년 의원은 "중국 정부 당국자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싱크탱크 인사들의 표현에서 행간으로 읽을 수 있는 것은 중국도 더 이상 한중관계 악화를 원치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기원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한중관계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관계 악화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중국 측도 이해했다"며 "중국 측에서도 한중관계가 조속히 안정되고 더 이상 악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홍익표 의원도 "중국 측 주요 관계자들이 모두 이야기하는 것은 한중관계 악화를 더 이상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에 접촉한 중국 정부 당국자가 한국을 중국인의 단체관광 허용 국가군(현재 60개국)에 포함하는 문제에 대해 "전향적 검토를 약속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앞서 중국은 2월과 3월 2차례에 걸쳐 자국민의 외국 단체여행 허용 대상 국가 총 60개국을 발표하면서 한국을 잇달아 배제한 바 있다.
그러나 의원들은 중국 측이 관계의 추가 악화 방지를 위한 '한국 측 조치'를 원하고 있다는 점도 소개했다.
홍익표 의원은 중국 인사들 입장은 한국 측의 "선의의 조치"가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며 "자기들은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으려 하는데, 한국 쪽에서 상응하는 조치가 있으면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년 의원은 "관계 개선을 위해선 양국이 함께 노력하자는 이야기를 (중국 측이) 많이 했다"고 전했고, 홍기원 의원은 "(중국 측 인사들은) 한국 측이 어떤 조치를 취해 어떤 방향으로 양국관계를 가져갈 지 관심있게 보고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홍기원 의원은 "내가 받은 느낌은 예를 들면 대만 문제에 있어 우리 정부 측 인사들 발언이나 태도에 의구심을 갖는 것 같고, 중국이 내정 문제로 생각하는 이슈들, 홍콩,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 같은 문제 관련 언급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결국 현재의 한중관계 악화 책임이 자신들에게 있지 않다고 누차 주장해온 중국은 한국 정부가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시기 미중 사이에서 보여온 '균형 외교'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길 바라는 메시지를 한국 야당 의원들에게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중국 측 입장임을 짐작케 했다. 한국이 최근 한미동맹 및 한미일 안보 공조 강화에 집중하며, 중국이 핵심이익 1순위로 간주하는 대만 문제에서 대중국 견제의 수위를 높이는 것에 상당한 경계심을 갖고 있음을 한국 야당 의원들에게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의원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났을 때 나온 싱하이밍 대사의 고압적 발언들에 대해 중국 측에 한국민이 느끼는 '불편한 감정'을 전달했다고 소개하고, 방중 시기의 적절성 지적에 적극 반박했다.
김태년 의원은 싱 대사 발언을 계기로 한중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 중국 방문이 적절하냐는 논란에 대해 질문받자 "이런 와중이기 때문에 더더욱 방중해서 더 많이 만나고, 더 대화하고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홍익표 의원은 "한중관계가 좋으면 야당 의원이 나설 필요가 있느냐"며 "손 놓고 아무것도 안하는게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날 오전 추가로 중국을 찾은 민주당 의원 7명(도종환·박정·김철민·유동수·김병주·민병덕·신현영)의 일원인 박정 의원도 베이징 서우두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럴 때일수록 외교활동을 더 해야 하는 것"이라며 중국 측과 "문화 교류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7명의 방중 의원단 단장인 도종환 의원은 "지금 한국 드라마, 출판물, 게임 등이 (정상적인 대중국 수출이) 안 되고 있다"며 "서로 공연하러 오갈 수 있도록 하자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중 양국이 싱 대사 문제로 팽팽하게 맞선 시기에 이뤄진 민주당 의원들의 방문이 향후 한중관계에 가져올 영향은 현재로선 속단하기 어렵다.
이번 방중에 대해서는 싱 대사 문제를 둘러싼 국내의 대중국 반감이 고조되고, 한중관계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때 양국관계의 '완충재' 역할을 했다는 평가와 함께, 한국 내부를 '갈라치기'하려는 중국 공산당 특유의 '통일전선전술'에 이용됐다는 시각이 교차할 것으로 보인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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