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가 보장' 멕시코 농민 공항점거…주지사 "대기업에 따져야"

입력 2023-06-15 09:38
'곡물가 보장' 멕시코 농민 공항점거…주지사 "대기업에 따져야"

북부 시날로아서 시위 이어져…일부 비행기 이·착륙 차질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멕시코 북부에서 농민들이 흰 옥수수를 포함한 곡물 수매가 보장을 요구하며 공항 도로를 차단하고 주요 시설물을 점거하는 시위를 벌였다.

해당 지역 주지사는 "곡물 가격 하락 원인은 일부 대기업에 있다"며 함께 가서 항의하자고 제안했다.

14일(현지시간) 엘우니베르살과 레포르마 등 멕시코 일간지에 따르면 농민들은 전국 곳곳에 전날 오후부터 주요 도로에 농기계를 가져다 놓고 차량 통행을 막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고속도로 요금소 주변 차도에 곡물을 쏟아놓거나 정부 시설물을 점거하기도 했다.

특히 시날로아주에서는 농민들이 쿨리아칸 공항으로 가는 도로 곳곳을 막거나 공항 내부에 난입하면서, 공항 운영이 큰 차질을 빚었다. 일부 비행기 이·착륙은 취소되거나 지연됐다.

아에로멕시코 등 쿨리아칸을 정기 운항하는 항공사들은 계속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인근 대체 공항으로 경로를 변경하기로 하는 등 비행 계획 조정에 들어갔다.

농민들은 하얀 옥수수와 밀 등의 수매가 보장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중 하얀 옥수수는 멕시코 국민 주식인 토르티야의 원재료로, 대부분 자급자족한다.

발타사르 발데스 시날로아 농민연합회장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국제 곡물 가격대로라면 수많은 농민은 생산비도 건지지 못한다"며, 가격 안정을 위해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개입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농민들은 톤(t)당 곡물 가격을 하얀 옥수수 6천965페소(51만원 상당), 밀 8천페소(59만원 상당), 수수 6천500페소(48만원 상당)로 책정할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정부에 보내기도 했다.

방위군과 경찰이 투입될 정도로 이틀째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시날로아 주지사는 곡물 가격 하락 책임의 화살을 일부 대기업에 돌렸다.

루벤 로차 시날로아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일부 무역업체와 곡물 제품 제조업체 실명을 거론하며 "농민들의 노력을 허투루 하는 사람들에게 항의하기 위해 (업체에) 저와 함께 가자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규모 농작지에서 생산한 총 50만t의 옥수수를 15일부터 주 정부 차원에서 적정 가격에 매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wald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