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주 개표 개입의혹 기소 임박…트럼프 사법리스크 산넘어산

입력 2023-06-14 17:35
수정 2023-06-14 17:39
조지아주 개표 개입의혹 기소 임박…트럼프 사법리스크 산넘어산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불법 기밀 반출 등 혐의로 기소돼 13일(현지시간) 연방법원 출석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안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이 사건 외에도 다른 형사 사건에 연루돼 있다.

차기 대선 가도에서 '사법 리스크'가 여전히 대기 중인 셈이다.

유명 패션 칼럼니스트 출신 E. 진 캐럴이 제기한 성폭행 의혹 관련 민사소송 1심에서 이미 패소한 가운데 또 다른 민사소송도 줄줄이 걸려 있어 향후 재판 결과가 주목된다.

◇ 2020년 대선 조지아주 개표 개입 의혹 사건…기소 임박 관측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이후 조지아주 선거 결과에 개입하려 했다는 의혹 사건이 기소가 임박한 것으로 관측되는 사건으로 꼽힌다.

트럼프는 당시 경합 지역이었던 조지아주 선거에서 간발의 차로 패배하자 2021년 1월 초 브래드 래펜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한 1만1천780표를 찾아내라'고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 풀턴 카운티 검사장 패니 윌리스가 이 의혹 사건과 관련해 수사를 벌여왔다.

윌리스 검사장은 지난해 5월부터 법원 명령에 따라 특별 대배심을 구성하고 관련자들을 소환해 증언토록 했다.

이 사건의 대배심은 지난 1월 증인 75명의 증언을 토대로 한 수사 보고서를 제출하고 해산했다. 이 보고서에는 조사 대상 일부를 기소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윌리스 검사장은 특별 대배심이 아닌 일반 대배심에 증거 자료를 제출해 혐의자들의 기소를 추진하고 있다.



◇ 의사당 난입사건 선동 의혹도 민·형사 재판 동시직면 위기

불법 기밀 반출 사건을 수사한 잭 스미스 특검은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의 연방 의회 난입 사태를 배후에서 선동했다는 의혹에 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 사건은 2021년 1월 6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한 대선 결과에 불복, 의회의사당 건물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킨 사건이다.

미 하원 의회난입조사특위는 조사 과정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회 폭동을 전후로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시도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며, 그에 대한 기소를 법무부에 권고하는 조사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작년 11월 임명된 스미스 특검은 이 사건 등과 관련해 트럼프 전 행정부 인사들을 상대로 소환 조사를 벌여왔다.

대배심은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을 증인으로 불러 1·6 의회 난입 사태와 관련해 증언을 듣기도 했다.

한편 민주당 하원 의원 11명과 의회경찰 2명은 의회 폭동과정에서 발생한 정신적 및 물리적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물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이는 재임 시 통치 행위와 관련된 일인 만큼 면책특권의 보호를 받는다는 논리로 대응해 왔다.

워싱턴 연방법원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면책특권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같은 법원 결정에 불복해 워싱턴DC 항소법원에 항고했다. 현재 워싱턴DC 항소법원이 소송요건 성립 여부를 판단 중이다.



◇ 트럼프 일가 금융사기 의혹 사건…뉴욕주 "2억5천만달러 부당이득"

다른 민사 사건도 대기 중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일가가 보유자산 가치를 부풀리는 등의 방법으로 거액의 금융사기를 저질렀다는 의혹과 관련해서 민사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앞서 지난해 9월 레티샤 제임스 당시 뉴욕주 검찰총장 겸 법무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에릭 트럼프, 이방카 트럼프 등 자녀 3명이 10년 넘게 금융사기에 가담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일가가 소유 부동산 가치를 실제보다 부풀리거나 축소하는 식으로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과 보험 계약을 하고, 세금을 줄였다는 게 뉴욕주 사법당국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뉴욕주는 법원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금융 사기를 통해 챙긴 경제적 이익 환수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환수 추진 금액은 최소 2억5천만달러(약 3천400억원)로, 관련 재판 절차는 오는 10월 개시될 예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위법 행위가 없었다면서 주 당국의 조사가 정치적 목적을 띄고 있다고 공세를 펼친 바 있다.

◇ 성추문 입막음 돈 사건…전직 美대통령으로 사상 첫 기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사건으로 이미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 직전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의 과거 성관계 폭로를 막기 위해 변호인을 통해 입막음 돈을 지급한 뒤 그 비용에 관한 회사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3월 말 기소됐다.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이 범죄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열린 기소인부 절차에서 검찰이 제기한 34건의 혐의를 모두 부인한 바 있다.

뉴욕주 맨해튼 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이 재판은 대선 레이스가 한창인 내년 3월 25일부터 열릴 예정이다.



◇ 성폭행·명예훼손 민사소송 1심 패소…'판결후 모욕발언' 추가 소송도

민사 소송 중에선 이미 1심 결론이 나온 사건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초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에서 유명 패션 칼럼니스트 출신 E. 진 캐럴이 제기한 성폭행 의혹 관련 민사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배심원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캐럴을 성추행했고, 혐의를 부인하는 과정에서 그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하면서 총 500만달러(약 66억원)의 피해보상과 징벌적 배상을 명령하는 평결을 내놨다.

배상액 500만 달러 중 298만 달러는 명예훼손과 관련한 배상이었다.

캐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1심에서 패소한 다음 날인 CNN 방송에 출연해 모욕적인 표현으로 자신을 비난한 것과 관련해서도 재판에서 추가적인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CNN 인터뷰에서 캐럴을 '아주 정신이 나간 사람'이라고 규정한 뒤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은 모두 거짓이고 꾸며낸 이야기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재판부도 13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CNN 발언을 추가해 소장을 수정할 수 있다고 허용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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