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법원, 조각품 훼손 기후활동가에 "3천800만원 배상하라"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바티칸 박물관에서 과격 시위를 벌인 기후 활동가들에게 거액의 벌금이 부과됐다.
바티칸 법원이 13일(현지시간) 기후 활동가 구이도 비에로(61)와 에스테르 고피(26)에게 징역 8개월의 집행유예와 벌금 1천620유로(약 223만원), 손해배상금 2만8천148유로(약 3천873만원)를 부과했다고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이 보도했다.
이탈리아 환경단체 '울티마 제네라치오네'(이탈리아어로 '마지막 세대'라는 뜻) 소속인 둘은 지난해 8월 바티칸 박물관에 전시된 라오콘 군상 하단에 접착제를 바른 손을 붙인 뒤 '마지막 세대: 가스도 석탄도 없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치고 시위를 벌였다.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을 촉구하는 환경단체들의 시위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지난해부터 명화를 훼손하거나 출근길 도로 점거 시위를 하는 등 점차 극단적인 양상으로 변했다.
비에로와 고피는 즉각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울티마 제네라치오네'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국제사회에 기후 위기 해결을 거듭 촉구하는 상황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기 위해 벌인 시위에 대해 무거운 벌금을 부과한 것은 위선적인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 환경단체는 성명을 통해 "세계 마지막 절대 군주국 중 하나인 바티칸은 이 처벌로 모든 위선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이어 "동상 아래 대리석 받침대에 접착제 몇 방울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형량이 지나치게 높고 터무니없다"며 "이번 시위는 단순히 교황이 설교한 내용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오콘 군상은 트로이 목마가 그리스군의 함정임을 경고한 트로이 신관 라오콘이 그리스 편을 든 포세이돈신의 저주를 받아 왕뱀 두 마리에게 아들들과 함께 질식해 죽는 모습을 묘사한 작품으로, 헬레니즘 조각의 걸작품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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