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 교신 당시 난데없는 "우리는 중국 공군" 목소리 논란
중국군, 대만 감청 의혹 제기돼…"대만 고위급 일정 유출 가능성도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대만 총통이 자국 공군 장교와 무선 교신을 시작하자마자 중국 인민해방군의 목소리가 끼어드는 일이 벌어졌다.
중국군이 대만군을 감청한 것인지 아니면 대만 고위층의 일정이 유출된 것인지 등 의혹이 제기된다.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지난 9일 대만 남부 가오슝에 있는 공군 방공미사일사령부 및 남부지역작전통제소를 시찰하면서 두 명의 여성 장교와 무선 교신을 했다.
현지 매체들이 방송한 당시 영상에 따르면 차이 총통이 "여기는 총통이다"라고 말을 시작하자 그 뒤로 "여기는 중국 공군이다. 당신은 이미 우리의 영공에 침입했고 우리의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는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차이 총통은 난데없는 방해에 어색한 미소를 지었고 한 장교가 서둘러 인민해방군의 목소리가 들린 무선을 껐다.
차이 총통은 다시 교신을 이어가며 순찰시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 했느냐고 질문했고, 이상한 점이 없다는 답변을 듣자 경계를 계속 유지하라고 당부했다.
한 중국 매체는 해당 사건을 차이 총통의 어색한 미소를 강조하는 웃긴 영상으로 만들어 소개했다.
이에 대만 공군은 12일 중국군이 차이 총통의 교신을 해킹해 끼어든 것이 아니며 인민해방군의 경고 교신은 대만 공군 방공미사일사령부가 감시하는 다른 무선 채널에서 흘러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만 공군은 "두 개는 다른 시스템으로 총통은 (중국군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며 군이 대만을 둘러싼 다른 상황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있으며 인민해방군의 모든 종류의 행동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젠런 대만 행정원장(총리)도 인민해방군이 차이 총통의 무선 교신을 방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우리 공군이 영공 방위에서 매일 해결해야 하는 도전들을 보여준다"며 인민해방군 공군이 무슨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감시하는 것이 방공미사일사령부의 임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사건을 두고 대만의 보안 통신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해당 사건이 우연이라 할지라도 대만 당국은 고위 관리들의 중요 군사 시설 방문 계획이 사전에 인민해방군에 유출된 것은 아닌지 조사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는 것이다.
대만 국가정책연구소의 안보 전문가 치청은 SCMP에 "중국군의 경고는 우리가 아닌 일부 다른 외국 항공기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는 타이밍이다. 왜 차이 총통이 교신을 시작하자마자 중국군의 목소리가 들렸을까"라고 지적했다.
이어 "안보 당국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며 "만약 인민해방군 공군이 차이 총통의 교신 시간을 알고 바로 그 시각과 동시에 경고 교신을 했다면 이는 우리 군에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이 차이 총통의 중요한 일정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 대만 안보 당국이 이번 사건을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퇴역 공군 장성 창옌팅은 이번 사건이 우연의 일치라면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무선 통신 네트워크에 통신 안보 구멍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안보 당국은 인민해방군이 총통의 무선 교신 계획에 대한 첩보를 입수했는지를 알아봐야 할 것"이라며 "만약 중국군이 총통, 국방장관, 참모총장이 무엇을 하려는지 쉽게 알 수 있다면 이는 중국 공산당의 대만 침투가 매우 심각한 상황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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