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안보불감증 재확인…"자택창고에 군사기밀 막 뒹굴어"
쌓은 상자 쓰러져 문건 쏟아져…사진 찍어 돌려보기도
공소장에 불법기행 빼곡…미반환 문건엔 김정은 친서도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반출한 기밀문건에는 극도로 민감한 군사기밀이 다수 포함됐으며, 이들 문건은 그의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 창고에 허술하게 놓여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창고에 쌓아둔 상자 중 일부는 쓰러져 내용물이 바닥에 나뒹굴기까지 했고, 비밀인가를 받지 않은 보좌관은 사진을 찍어 다른 직원에게 보여주기까지 했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기밀문건 반출 혐의 등으로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소장에는 이처럼 민감한 기밀 정보가 무방비 상태에서 함부로 방치된 실태가 담겼다.
잭 스미스 특검이 제출한 49쪽 분량의 공소장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년 1월 백악관을 떠나면서 마러라고 자택으로 이들 문건을 반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보좌관들에게 기밀 문건들을 개인 물품이 포함된 상자에 넣어두도록 하고, 임기 종료 후 마러라고 저택으로 상자들을 옮기라고 지시했다.
공소장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좌관 월틴 나우타가 2021년 12월 마러라고 자택 창고에서 상자들이 쓰러진 채로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하는 내용이 나온다.
쓰러진 상자에선 문건들이 바닥에 쏟아져 나왔는데 나온 일부 문서에는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라는 표시가 붙어있기도 했다.
파이브 아이즈는 미국 중심의 기밀정보 공유 동맹이다. 동맹국이 공유한 민감한 기밀자료가 개인 자택의 창고 바닥에서 뒹굴고 있었던 것이다.
나우타는 쏟아져 나온 문서를 촬영해 이 사진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다른 직원들과 공유하기도 했다고 스미스 특검은 공소장에 적시했다.
공소장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또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자신의 골프 클럽에서 군사작전지도 등 기밀문건을 자신의 후원그룹 대표 등에게 최소 두 차례 보여줬다는 내용도 담겼다.
그는 기밀반출 관련 수사가 시작되자 수사관들이 기밀문건을 찾지 못하도록 감추도록 보좌관 나우타에게 지시하기도 했다.
기밀 정보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허술한 태도는 재임 시절부터 안보불감증이 거론될 정도로 수차례 문제가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필리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1급 비밀에 해당하는 미군 핵잠수함의 구체적 위치를 누설했다.
같은 해에 그는 동맹국이 제공한 극단주의 무장세력에 대한 기밀을 제3국에 흘렸고, 2019년에는 이란의 로켓발사장 고해상도 이미지를 트위터를 통해 유포했다.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국가기록원에 돌려주지 않은 자료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보낸 다수 편지의 원본이 있었다.
이들 서한은 상대를 향한 찬사와 친밀함의 표현이 빼곡해 현지 언론에서 '러브레터'로 불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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