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들고 등교하는 美 학생들…학교들 앞다퉈 AI 탐지기 설치
스캐너가 무기 형태 '능동 감지'…대형 경기장에 쓰이던 기술
"탐지기가 만능은 아냐" vs "총격 가능성 줄일 것" 여론 팽팽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최근 미국에서 총기를 소지하고 등교하는 학생이 늘면서 학교들이 잇따라 인공지능(AI) 탐지기를 도입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찬반 여론이 팽팽하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 집계에 따르면 1999∼2017년 미국 학교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은 연평균 11건이었다. 그러나 2018년부터는 이 수가 급격하게 늘었고, 지난해에는 사상 최다인 46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버지니아주(州) 뉴포트뉴스에서는 수업 중 6살짜리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쏜 총에 맞아 교사가 다치는 일이 있었다. 총을 쏜 학생의 어머니는 아동 방치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 사건 이후 버지니아 내 10개 교육구가 학교 입구에 무기 탐지기를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대다수는 AI를 활용한다.
미국 전국적으로는 더 많은 학교가 보통 수백만 달러를 들여 무기 탐지기를 설치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AI 스캐너 제조 업체인 이볼브(Evolv)사에 따르면 AI 스캐너는 '능동 감지'(active sensing)라고 불리는 기술을 사용해 이미지를 생성한 다음 AI가 인식하는 무기의 형태와 이를 비교한다.
한 시간에 수천 명을 탐지할 수 있으며 학생들이 주머니나 배낭 안을 비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 업체 설명이다.
의심스러운 물품이 발견되면 실시간 영상 안에 주황색 상자가 그려지고, 보안 요원이 태블릿 PC로 추가 검사를 통해 이를 확인하게 된다.
이 기술은 보통 대형 스포츠 경기장이나 다른 행사장에서 사용됐으나, 학교 내 총기 사용이 급증하자 학교에도 도입됐다고 WP는 설명했다.
지난달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는 첨단 보안 장비와 시스템 구매를 포함해 학교 보안 인프라 개선 사업에 1천640만달러(211억원)의 보조금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영킨 주지사는 "최근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은 우리가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 같은 보안 조치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탐지기 도입 등은 해결책의 일부에 불과할 뿐이며, 학생들과 깊고 신뢰하는 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 행정 당국과 집행 기관이 총격과 같은 위협에 신속하게 대처하고 학생들의 정신 건강 위기에 대해 고심할 필요성이 있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AI 탐지기가 칼과 같은 일부 금속 물체를 탐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보고도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 뉴욕주 유티카 교육구에서 370만달러(약 48억원)를 들여 AI 탐지기를 도입했지만, 한 학생이 탐지기를 통과한 칼로 복도에서 다른 학생을 여러 번 찌른 사건이 발생했다.
게다가 주차장이나 차 안 등 학교 건물 밖에서 벌어지는 사건으로부터는 탐지기가 학생이나 교직원을 보호해주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1일 기준으로 WP가 집계한 학교 총격 사건 21건 중 최소 14건이 학교 건물 밖에서 발생했다.
아메리칸 대학교 로스쿨의 앤드루 거스리 퍼거슨 교수는 "무기를 들여오고 싶은 학생은 AI가 있든 없든 무기 탐지기를 피할 수 있다"며 "학생들에게 이런 감시와 함께 살라고 가르치는 것은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탐지기를 도입한 학교 관계자들은 탐지기가 비극적인 사건을 막을 수 없다는 것과 어떤 보안 시스템도 학교 내 무기 반입의 위협을 완전히 없앨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탐지기가 적어도 가능성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샬럿-메클런버그 교육구는 관내 170여개 학교에서 2021학년도 1학기에 총기 몰수 건수가 21건으로 최고를 기록한 뒤 AI 스캐너를 도입했다.
스캐너 도입 이후 한 학년도 동안 학교 내 총기 적발 건수는 6건으로 크게 줄었으며 이는 10년 만에 가장 적은 수라고 샬럿-메클런버그 교육 당국은 전했다.
이 교육구의 브라이언 슐츠 교육감은 "(AI 스캐너 도입으로) 학생과 교직원이 학교에서 안전하다고 느끼게 되는 긍정적인 영향은 엄청났다"고 말했다.
dy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