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지도자 "서방과 핵합의 가능"…되살아나는 타결 희망(종합)

입력 2023-06-11 20:22
이란 최고지도자 "서방과 핵합의 가능"…되살아나는 타결 희망(종합)

평화적 핵 활동 보장 조건…원자력청 "농축 농도 상향 목적은 제재 해제"

일부 해외 이란 자금 동결 해제 등 긍정 신호 잇따라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평화 목적의 핵 활동이 보장된다면 서방과 핵합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란 권력의 정점인 최고지도자의 이 발언은 최근 미국·이란 사이의 핵협상 재개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왔다.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이날 테헤란에서 열린 '원자력 성과 전시회'에 참석해서 한 연설에서 "이란의 원자력 산업 인프라가 유지된다면 서방과의 핵합의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메네이는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 것이라는 주장은 거짓말"이라면서 자국 핵 활동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협력하에 평화적 목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만약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려고 했다면 아무도 막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지 않는 이유는 종교적 신념에 근거한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2003년 하메네이가 내린 파트와(최고 종교 권위자의 종교적 칙령 또는 해석)에 따라 핵무기 개발을 금지했다.

하메네이는 이날 전시회에서 개량형 원심분리기, 방사성 의약품 등을 살펴보고 원자력 과학자들과 면담했다.



이란 원자력청(AEOI)은 그간 우라늄 농축 농도를 상향한 이유가 미국의 제재를 해제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일방적으로 폐기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보복 조치로 이란은 그다음 해부터 우라늄 농도를 높여왔다.

2020년 12월 이란 의회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제한하고 우라늄 농축 농도를 60%까지 상향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모하마드 에슬라미 원자력청장은 전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우라늄 농도를 60%까지 올린 것은 제재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인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핵무기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방사성 의약품 제조 등 평화적인 용도라고 덧붙였다.

이란 현지에서는 이라크 내 동결 자금이 해제되고, 미신고 지역 핵물질에 대한 IAEA 조사 일부가 종료되면서 핵협상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후 2021년부터 시작한 핵합의 복원 회담은 1년 넘게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미국 정부가 이란이 핵 프로그램 일부를 동결할 경우 제재를 일부 완화하는 임시 협정을 체결하는 방안을 이스라엘 및 유럽 동맹국들과 논의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과 이란 모두 임시 협정 관련 내용은 부인했지만, 냉랭했던 양국의 기류 변화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전날 이라크 외무부 고위 관리는 로이터 통신에 자국에 묶인 이란 자금 27억6천만 달러(약 3조5천억원)를 미국 허가를 받아 동결 해제했다고 밝혔다.

소식통은 이란 자금 해제와 관련해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중동 지역 외교장관 회의에서 파우드 후세인 이라크 외무장관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합의한 내용이라고 전했다.

이란 반관영 ISNA 통신은 지난 8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서 한국과 이라크에 동결된 이란 자금이 조만간 이란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은 지난 3일 간첩 행위 등으로 수감 중이던 오스트리아인 2명, 덴마크인 1명을 석방했다고 발표하는 등 최근 들어 구금 중인 외국인들을 잇달아 석방하고 있다.

동결 자금 해제·이란 내 외국인 수감자 석방은 이란과 서방의 협상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2015년 핵합의가 타결됐을 때도 미국과 수감자 교환 등이 함께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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