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존심 PGA 투어 흔든 사우디 국부펀드…900조원 큰손
빈 살만 왕세자 '자금줄'…트럼프 사위 회사 투자해 논란도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후원하는 LIV 골프와 '미국 스포츠의 자존심' 미국프로골프(PGA) 투어가 전격 합병을 선언하면서 PIF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최근 보도에 따르면 PIF는 사우디 정부 자금 7천억달러(약 905조원)를 주무르는 일종의 투자풀이다.
1971년 칙령에 따라 설립됐으며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본사를, 홍콩과 런던, 뉴욕 등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국내외 기업과 부동산, 벤처 투자를 통해 사우디 경제를 위해 이윤을 창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PIF를 이끄는 건 야시르 알-루마이얀 총재지만, 전문가들은 사우디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돈줄을 쥐고 있다고 본다.
알-루마이얀 총재는 빈 살만 왕세자의 '금고지기'로 알려져 있고 빈 살만 왕세자는 PIF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기도 하다.
빈 살만 왕세자는 경제 다변화 정책 '사우디 비전 2030'에 PIF를 이용해왔으며 오는 2030년까지 PIF 자산을 3조달러(약 3천880조원)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우디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스마트 도시 '네옴 시티'와 제2의 국적 항공사 리야드에어 등에도 PIF 자금이 들어갔다.
주목할 만한 점은 PIF가 우버 등 다국적 기업뿐 아니라 사모펀드 블랙스톤, 일본 소프트뱅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뉴캐슬 유나이티드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해왔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7일 발표된 LIV 골프와 PGA 투어의 합병은 많은 골프 팬을 충격에 빠트렸다.
지난해 LIV 출범 전후 골프 스타 타이거 우즈 등이 LIV로 이적한 선수들을 '배신자'로 취급하는 등 선수 간에도 대립과 분열이 극심했다.
NYT는 알-루마이얀 총재가 한 달 반에 걸쳐 PGA 투어 제이 모너핸 커미셔너와의 대화를 주도했다고 보도했다.
한때 LIV 공격 행렬에 동참했던 모너핸은 합병 발표가 나자 "사람들이 나를 위선자라고 부르겠지만 상황은 변한다"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현재 합병 조건 가운데 상당 부분은 공개되지 않은 상황으로, 규제 당국에 의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 라이스대 베이커 공공정책연구소 중동 연구원 크리스티앙 코츠 울리히센은 이번 거래가 "매우 전략적"이라며 "9·11, 카슈끄지, 예멘 사태만으로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 사우디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PIF는 빈 살만 왕세자와 함께 각종 스캔들에 휩싸이며 정치·외교적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일례로 PIF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의 회사를 비롯한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에게 수십억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을 일으켰다.
러시아 인프라 시설에도 투자해왔으며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범 탑승 항공기 구입에 연루됐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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