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기밀반출인데…트럼프 '기소'·바이든은 '조용한 조사'
규모·정도 달라…바이든 10건·트럼프 극비 포함 100여건
대응이 큰 차이…트럼프 거짓말로 사법방해·바이든 수사협조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은 모두 앞서 국가 기밀문서를 안전하지 않은 곳에 반출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범죄 혐의로 연방검찰에 기소된 반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비교적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CNN 방송은 두 전·현직 대통령이 유출한 의혹을 받는 기밀문서의 양, 이들이 해당 사건에 정반대 방식으로 대응했다는 점 등이 지금과 같은 차이를 낳았다고 10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우선 연방수사국(FBI)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州) 저택 마러라고에서 압수한 기밀문건은 총 100건이 넘는다.
여기에는 미국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비롯해 미 중앙정보국(CIA), 국방부, 국무부 등 여러 정보기관 자료와 외국의 국방 능력에 대한 정보까지 포함돼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의 개인 사무실에서 발견된 부통령 시절 기밀문서의 양은 이보다는 적었다.
당시 발견된 문건 중 '기밀'이 표시된 건 모두 10건으로 우크라이나, 이란, 영국 등 외국과 관련된 정보 보고 등이 들어 있었다.
이들 전·현직 대통령은 기밀문서 유출 혐의 관련 수사에 협조한 정도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 기밀 문건 유출 의혹과 관련한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는 앞서 당국이 기밀문서를 발견했을 때 이를 국립문서보관소에 즉시 넘기지 않았고, 자택에 있던 모든 문서는 기밀이 해제됐기 때문에 문제 될 것 없다고도 허위 주장도 해왔다.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밀문서 유출 의혹으로 자신이 '정치적 희생양'이 됐다고도 줄곧 호소했다. 내년 대선 출마를 방해하기 위한 공작이라는 것이다.
실제 그는 8일 기소 소식에 "나는 결백한 사람"이라면서 "이것은 선거 개입이자 사상 최악인 마녀사냥을 지속하는 것"이라고 자체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서 주장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기밀문서 유출 사건과 관련해 법무부, 국립문서보관소 등 기관에 전적으로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기밀문서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거나 이를 국립문서보관소에 인도하는 것을 거부하는 등 수사를 방해한 적 없다는 것이다.
기밀정보 관련 전문가 브래들리 모스는 "도널드 트럼프와 비교했을 때 현 대통령 팀은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는 것과 이를 방해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밝혔다.
이처럼 명확한 차이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미국인들이 이를 어느 정도 고려할지는 불투명하다.
CNN방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판에 넘겨진 이상 바이든 대통령에게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보수층의 반발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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