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선거 개입' 조사 캐나다 특별 보고관 자진 사임

입력 2023-06-10 10:42
'중국의 선거 개입' 조사 캐나다 특별 보고관 자진 사임

존스턴 전 총독 "격심한 정파적 분위기"…지명 후 야권서 사퇴 요구 받아



(밴쿠버=연합뉴스) 조재용 통신원= 캐나다 내 중국의 선거 개입을 조사하기 위해 총리가 특별 보고관으로 지명한 데이비드 존스턴 전 총독이 9일(현지시간) 자진 사임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존스턴 전 총독은 이날 쥐스탱 트뤼도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나의 보고관 지명을 둘러싼 격심한 정파적 분위기를 고려할 때 직무 수행에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앞서 캐나다 하원은 지난달 31일 야권 주도로 존스턴 전 총독의 사퇴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3개 야당 전원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었으나 하원 다수가 표결을 통해 특별 보고관의 지위를 불신한다는 공식 의사를 표명한 것이어서 존스턴 전 총독과 그를 지명한 쥐스탱 트뤼도 총리에 적지 않은 압력으로 작용했다.

존스턴 전 총독은 사임 서한에서 중국의 선거 개입 문제를 계속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트뤼도 총리에게 후임 보고관을 지명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외국의 선거 개입에 대해 심층적이고 종합적인 검토와 그 효과, 방지책 마련이 트뤼도 정부와 의회의 시급한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외국의 선거 개입에 효과적으로 맞서기 위해 캐나다가 수행해야 할 개혁 조치가 많다고 강조했다.

보고관 지명 후 존스턴 전 총독은 트뤼도 총리의 선친 시절부터 오랜 기간 사적 친분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직무의 중립성에 대해 야권의 집중 공세를 받았다.

특히 하원 결의안을 발의한 신민주당(NDP)이 지난 2021년 총선에서 과반 다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집권 자유당을 정책 연합 방식으로 지지해 오다 이번에 입장을 선회, 공세의 압력이 가중됐다는 평가다.

중국의 선거 개입 문제는 지난 3월 정보기관인 캐나다보안정보국(CSIS)의 일급비밀 문서가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되면서 정가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문서는 중국 정부가 반중 성향의 야당 의원들을 표적으로 치밀한 선거 방해 공작을 벌였다는 내용이다.

야권은 중국의 공작 활동이 집권당인 자유당에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반발했다.

특히 야권이 요구한 공개 조사에 맞서 트뤼도 총리가 특별 보고관의 조사로 대응하자 이를 미온적 태도라며 비난, 거부해 왔다.

jaey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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