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7개 범죄혐의 적용…내년 대선판도 영향은 안갯속(종합)
스파이방지법 위반·사법방해 등 혐의…바이든·펜스 유출 건과 구별
조지아주 선거개입 의혹도 추가…트럼프는 '지지층 결집' 노림수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이도연 기자 = 8일(현지시간) 미 연방 검찰이 백악관 기밀문서 유출 의혹 사건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7개 혐의로 기소하자 이번 기소가 내년 대선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현 대통령도 기밀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지목하며 이번 기소가 대선을 앞두고 이뤄진 선거 개입이자 '마녀사냥'이라고 규정한 채 지지층 결집을 도모하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당내 경선 주자 간 선거 레이스가 이미 시작된 가운데 이번 기소가 대선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현재로선 안갯속인 상황이다.
◇ 기밀문건 유출 및 수사방해 의혹…"7개 범죄혐의 기소"
AP 통신, 뉴욕타임스(NYT), CNN 보도 등을 종합하면 연방 검찰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기면서 7개 범죄혐의를 적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 변호사인 짐 트러스티는 이날 CNN 방송에 출연해 스파이방지법 위반과 사법방해, 기록 인멸·위조, 공모, 허위 진술 등 혐의가 적용됐다고 말했다.
트러스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미국 법무부로부터 이들 혐의가 적힌 소환장을 이메일로 받았으며 기소장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CNN은 미 법무부가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와 관련해 철저한 보안을 유지했다면서 그런 까닭에 미국 비밀경호국과 연방보안관실도 사전 통보를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다만 미 법무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와 관련해 공식 확인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잭 스미스 특별검사는 2021년 1월 6일 연방 의회 난입 사태와 함께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압수한 기밀 문건에 대한 수사를 강도 높게 벌여왔다.
특검은 주로 정치적 논란이 있는 사건에서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임명한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기소를 정적 제거를 위한 선거 개입이자 마녀사냥이라고 규정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자신이 가진 문건들이 '개인기록물'이어서 자동적으로 기밀이 해제됐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 바이든·펜스도 문건 유출했는데…트럼프는 수사방해 의혹 추가
기밀 문건 유출 의혹은 트럼프 전 대통령만 받는 것은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 부통령 재직 시절 기밀문서가 워싱턴 사무실을 비롯한 델라웨어 자택 등에서 잇달아 발견돼 연방수사국(FBI)의 수사를 받고 있다.
펜스 전 부통령도 올해 초 자택에서 기밀문서 10여 건을 발견해 국립문서보관소에 반납했다고 공개했고, 이후 FBI 수사를 받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문서 유출 의혹을 자신만 받는 게 아니라는 점을 부각하며 자신이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주장의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
그는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자신의 기소 사실을 알리며 "조 바이든은 델라웨어대학에서 1천850개 상자를 가지고 있고, 워싱턴DC 차이나타운의 추가 상자와 펜실베이니아대학에 더 많은 상자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 및 펜스 전 부통령의 유출 의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관련 건은 사안의 결이 다르다는 시각이 많다.
AP 통신은 "바이든 대통령과 펜스 전 부통령은 기밀문서가 발견되자마자 변호사를 통해 당국에 신고하고 이를 즉시 반환했다"며 "사건을 둘러싼 환경이 트럼프 전 대통령 건과는 구별된다"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스미스 특검은 트럼프 대통령 측이 수사가 개시된 이후 일부 문건을 빼돌리려고 시도하는 등 수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하려 했다는 의혹에 관해 구체적인 증거자료를 수집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왔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밀 문건을 다른 이에게 보여준 일이 있는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 의회폭동·조지아주 선거개입 사건 남아…사법리스크 '첩첩산중'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받는 '사법 리스크'는 앞으로 더 확대될 여지가 있다.
스미스 특검은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연방 의회 난입 사태를 트럼프가 배후에서 선동하며 사실상 조종했다는 의혹에 관해서도 수사 중이다.
미 하원 의회난입조사특위는 조사 과정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회 폭동을 전후로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시도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며, 그에 대한 기소를 법무부에 권고하는 조사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이후 조지아주 선거 결과에 개입하려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수사를 받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경합 지역이었던 조지아주 선거에서 간발의 차로 패배하자 2021년 1월 초 브래드 래펜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전화해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한 1만1천780표를 찾아내라"라고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사건은 이미 기소돼 재판 절차가 개시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 직전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의 과거 성관계 폭로를 막기 위해 변호인을 통해 입막음 돈을 지급한 뒤 그 비용에 관한 회사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지난 3월 미국 전·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기소된 바 있다.
민사 소송도 진행 중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초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에서 유명 패션 칼럼니스트 출신 E. 진 캐럴이 제기한 성폭행 의혹 관련 민사소송 1심에서 패소한 바 있다.
◇ 대선 가도에 미칠 영향 불확실…트럼프는 지지층 결집 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면한 수많은 사법 리스크에도 이번 기소가 내년 대선 향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앞서 지난 3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첫 기소를 바이든 민주당 정부의 '정적(政敵) 죽이기'로 돌리면서 강성 지지층 결집을 시도한 바 있다.
그를 향한 수사나 기소가 강력한 지지층 결집을 가져왔던 만큼 유죄 판결이 나왔을 때도 유사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일단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형사 사건으로 재판 중이거나 유죄평결을 받더라도 대선에 출마는 할 수 있다.
미국 헌법에 적시된 대통령 후보의 조건은 ▲ 미국에서 태어난 시민권자 ▲ 35세 이상 연령 ▲ 최소 14년 이상 거주한 미국인 등 세 가지뿐이다.
다만, 그가 받는 사법 리스크가 누구도 가 본 적이 없는 길이라는 점에서 내년 본선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구상이 실제로 다수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일지는 불확실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밀 문건 유출 의혹과 관련한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다시 지지층 결집에 나서는 모습이다.
그는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나는 결백한 사람!"이라며 "2024년 대선 여론조사에서 현재까지 민주당과 공화당을 막론하고 다른 모든 후보를 앞서고 있는 전직 미국 대통령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는 생각도 못 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한 수사가 지지층 결집을 유발하면서 그는 2024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내에서 압도적인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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