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보스턴에 둥지 튼 K-바이오…"시차·문화 맞으니 기회도↑"
동아에스티·유한양행 등 미국법인, CIC 사무실 입주
팀 로우 CIC 창업자 "서울 지점, 강남에 고려 중"
(보스턴=연합뉴스) 조현영 기자 = "미국 기업에 한국은 멀게 느껴지는데 보스턴에 있으면 시차나 문화가 맞으니 기회 창출이 더 쉽죠."
미국 보스턴 케임브리지 이노베이션 센터(CIC)에 입주해 있는 동아에스티[170900] 미국 법인 류은주 최고운영책임자(COO)는 6일(현지시간) 이곳을 방문한 국내 취재진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류 COO는 "현지에 있으면 글로벌 시장을 조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미국, 유럽 등에서 연락이 많이 온다"며 현지 CIC 입주의 장점을 설명했다.
CIC는 일종의 공유 사무실로, 이곳을 비롯해 미국 마이애미, 일본 도쿄 등 전 세계에 모두 9개 지점이 있다.
이 가운데 보스턴 지점에는 대규모 바이오클러스터가 위치한 지역답게 1천여개 제약·바이오 기업과 연구기관이 입주해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약 20개도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4층을 가니 크고 작은 사무실이 늘어선 복도 끝에 익숙한 버드나무 로고가 보였다. 'YUHAN USA'라고 적힌 유한양행[000100] 미국 법인 사무실이었다.
여러 기업이 함께 사용하는 사무실도 있었다. 문 앞에는 'GC파마', '휴온스USA', 'JW세리악' 등 국내·제약 바이오 기업의 로고가 작은 액자에 담겨 걸려있었다.
다른 층에는 더 개방된 사무실 벽면에 커다란 달력이 보였다. 이 달력에는 '한국 바이오 혁신의 밤' 등 이번 달에 열리는 네트워킹 행사가 정리돼 있었다. 임상 환자를 구한다는 포스터 등 공고도 보였다.
역시 CIC에 입주해 있으면서 국내 기업의 입주 지원과 현지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박순만 미국 지사장은 "입주 기업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럽게 교류가 생긴다"며 "서로 만나다 보면 사업이 발전할 수 있어서 큰 기업도 위성처럼 이곳에 사무실을 두고 교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5층 '벤처카페'에서는 '한국 바이오 혁신의 밤'이 열리고 있었다. 청사초롱 조명과 한국 전통 무늬 식탁보를 두고 시끌벅적한 노랫소리와 함께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자유롭게 인사하며 자신의 사업을 소개하는 등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기자가 초록색 입장 팔찌를 착용하고 들어가니 한 손에 음료를 든 낯선 이가 "안녕하세요"라며 말을 건넸다.
벤처카페는 이처럼 나라별 교류 행사가 열릴 때마다 각 국가를 나타내는 디자인으로 꾸며진다고 했다.
박 지사장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 최대 혁신 바이오클러스터인 보스턴에서 핵심 플레이어로 활약할 수 있도록 이곳이 네트워킹의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미국 지사도 우리 기업이 언제나 찾을 수 있는 도움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1999년 보스턴에서 CIC를 창업한 팀 로우는 "서울에도 CIC 지점을 열 예정"이라며 "강남 지역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로우 창업자는 "한국 바이오 기업의 혁신성에 주목하고 있다"며 "서울에 CIC가 생기면 한국 기업도 다양한 해외 기업과 협력할 기회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hyun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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