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전 사무총장 "일부 회원국, 우크라에 지상군 보낼 수도"
내달 나토 정상회의 앞두고 유럽 내 분위기 변화 진단
폴란드 등 동유럽 특히 불안…"우크라 나토 가입 서둘러야"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우크라이나의 안전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으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일부 회원국들이 자발적으로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병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전 나토 사무총장은 내달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유럽과 미국을 순방하며 이 같은 유럽 내 분위기 변화를 체감한다고 밝혔다.
라스무센 전 사무총장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공식 고문으로 활동해왔다.
그는 몇몇 국가가 우크라이나에 안전보장을 제공한다고 해도 다른 국가들이 빌뉴스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를 의제에서 제외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라스무센 전 사무총장은 "빌뉴스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며 "여러 동유럽 지도자와 대화를 나눴는데, 우크라이나의 확실한 나토 가입을 절대적으로 원하는 동유럽 국가들이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자국에 대한 더욱 확실한 안전보장 차원에서 집단방위 체제를 운용하는 나토 안보동맹에 합류를 희망해왔다.
집단방위는 나토의 운영 원칙으로 동맹국 한 곳이 공격을 받으면 모두가 공격을 받은 것으로 간주해 함께 대응하는 것을 말한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나토의 동유럽 회원국들은 이런 구상에 대체로 동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나토 주축인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언젠가는 회원국이 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 이상의 메시지 표명을 주저하고 있다.
라스무센 전 사무총장은 나토가 우크라이나가 갈 명확한 경로에 합의하지 못하면 일부 국가가 독자적으로 행동에 나설 수 있다면서 폴란드를 언급했다.
그는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구체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데 크게 관여하고 있다"며 "폴란드가 국가 차원에서 더 크게 (우크라이나 지원에) 관여하고 다른 발트해 국가들이 이를 따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아마 여기에는 지상군 파병 가능성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어 "폴란드는 우크라이나가 빌뉴스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면 (따로) 하나의 유지연합(有志聯合·뜻이 맞는 나라끼리 뭉친 동맹)을 결성할 수 있다"며 "폴란드인들의 정서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유럽이 너무 오랫동안 러시아의 사고방식에 대한 경고를 듣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가 이 같은 군사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전적으로 합법적이라고 덧붙였다.
라스무센 전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가 가능하다면 내달 나토 정상회의 전에 서면으로 안보 보장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안보 보장에는 ▲ 정보 공유 ▲ 우크라이나군과의 합동 훈련 ▲ 탄약생산 증대 ▲ 나토와의 상호운용능력 증대 ▲ 러시아의 추가 공격을 억제할 충분한 무기공급 등이 포함된다.
라스무센 전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를 나토 대기실에 무기한 방치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역사가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가디언은 일부 국가가 우크라이나에 지상군을 투입할 수 있다는 라스무센 전 사무총장의 발언은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국이 되는 빠른 길이나 강력한 안보 보장을 받는다고 해서 모든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경고라고 분석했다.
dy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