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러 대반격 개시 두려워 댐 폭파…구출시도하면 사격"

입력 2023-06-08 04:02
수정 2023-06-08 11:58
젤렌스키 "러 대반격 개시 두려워 댐 폭파…구출시도하면 사격"

"유엔·적십자, 도움요청에도 현장에 안가 충격과 깊은 실망"

"1년전부터 댐폭파 위험 정보 협력국과 공유…러 전쟁방식 놀랍지 않아"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카호우카 댐 파괴의 배후는 러시아가 분명하다며 "러시아는 우리가 대반격을 그쪽으로 개시하는 데 대해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독일 빌트와 인터뷰에서 "그들은 전투에서 질 것을 알고 있고, 이 일대 우리 영토의 수복을 오래 끌어 어렵게 하려 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1년 전부터 댐에 지뢰가 설치되고 있다는 것을 포함해 무엇인가가 일어날 것이라는 정보가 있다고 밝혔고 이를 우리 협력국과 공유했다"면서 "모든 이들은 적이 우리가 영토 수복을 위해 해당 지역에 침투하는 것을 느끼면 댐을 폭파할 위험이 높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전날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에서는 높이 30m, 길이 3.2㎞의 카호우카 댐이 폭발과 함께 붕괴해 엄청난 양의 물이 주변 마을을 덮치면서 지금까지 주민 7명이 실종되고 수만 명이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수량이 18㎦로 한국 충주호(27억5천t)의 6.7배 규모인 이 댐은 수력발전은 물론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와 동남부에 식수와 농업용수 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해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카호우카 댐은 러시아군에 점령됐기 때문에 러시아군이 댐을 폭파했다는 증거는 제시할 수 없다"며 "우리가 현장에 갈 수 있다면 증거를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 조사에는 국제적으로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해당 참사는 러시아와 해당 지역을 통제하는 이들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확신하며, 놀랍지 않다"면서 "이제 우리에게는 고문, 성폭력 등 러시아가 하는 일은 더 이상 하나도 놀랍지 않다. 이는 모두 일어난 일이고, 그들이 전쟁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사람과 동물들이 숨을 거뒀다"면서 "사람들은 침수된 집 지붕에서 익사한 시신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있다. 이는 맞은편에서는 다 보인다. 점령된 헤르손 지역에서 사람들을 구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한탄했다.

그는 "우리 군이나 구조자들이 사람들을 구하려고 시도하면 점령자들은 먼 곳에서 사격을 가한다"면서 "그 후과는 범람 수위가 낮아지면 수일 내에 드러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참사가 일어난 지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해야 할 유엔과 적십자는 현장에 없다며 "우리는 도움을 요청했지만, 답은 오지 않았다. 나는 깊이 실망하고 충격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은 환경 참사이자 인재"라면서 "이는 우리의 대반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대반격이 시작되면 모두가 보고 느끼고, 시작됐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댐 폭파로 전쟁이 새로운 차원으로 올라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어쩌면 몇몇 사람들이 드디어 러시아가 어떤지 이해하는 계기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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