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댐 폭발, 영토 수복 추진에 영향 미치지 않을 것"
하류지역 침수, 4만명 이상 위험 노출 등 피해 가시화
NBC "美 정보당국, 카호우카 댐 폭발 배후로 러시아 지목"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볼로미디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남부 헤르손주의 카호우카 댐 폭발이 영토 수복 추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군 지휘부 회의 뒤 텔레그램을 통해 "주요 결론은 이번 폭발이 고의적이라는 것"이라며 "댐이 터졌지만, 우리가 영토를 수복하는 데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댐 파괴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점령지 여러 곳에서 반격에 나선 가운데 벌어져 러시아가 댐 파괴로 맞불을 놓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의도와 관계 없이 영토 수복을 위한 공세를 이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인 남부 헤르손주 노바 카호우카에 있는 카호우카 댐이 일부 파괴되면서 급류가 하류로 쏟아져 내렸다.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헤르손 지역 14개 마을에 사는 주민 2만2천명이 홍수 위험에 처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빅토리야 리트비노바 검찰부총장은 현지 TV에 홍수로 대피해야 하는 주민이 드니프로강 서쪽의 우크라이나 통제 지역 1만7천명과 러시아 통제 지역 2만5천명 등 모두 4만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이호르 클리멘코 내무부 장관은 1천여명이 이미 대피했으며 24개 정착촌이 침수됐다면서 러시아가 침수 피해 주민들이 탈출하고 있는 헤르손 남부 지역에 포격을 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홍수로 인한 수위 상승으로 주민들이 지뢰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댐 파괴의 주범으로 서로를 지목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테러 행위로, 전 세계가 카호우카 댐 공격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러시아의 환경학살 행위"라고 비난했다.
반면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측의 고의적인 사보타주(비밀파괴공작)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러시아 측 관리들은 상반된 설명을 내놓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일부는 댐이 우크라이나가 쏜 미사일에 의해 파괴됐다고 주장했고, 다른 일부는 이전의 손상으로 인해 댐이 저절로 무너졌다고 말했다.
댐이 파괴된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미국 NBC 뉴스는 미 정보당국이 카호우카 댐 폭발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카호우카 댐은 수력발전은 물론 우크라이나 남부에 식수와 농업용수 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유럽 최대 규모의 자포리자 원전이 이 댐에 저장된 물을 냉각수로 쓰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즉각적인 위험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댐 상류의 수위가 내려가면서 원자로를 식힐 냉각수가 부족해질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다.
댐 파괴로 인한 홍수로 민간인 피해까지 나온다면 파괴를 주도한 세력은 전범이 될 수 있다. 제네바협약은 고의적인 댐 폭파를 전쟁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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