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제어·3차원 사진…애플 비전프로, 아이폰 혁신 재현할까
"메타버스 구원투수 될지 지켜봐야"…모바일 이어 XR앱 생태계도 장악할까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애플이 9년 만의 신제품으로 발표한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가 한때 열풍으로 불리다 최근 침체한 가상현실(XR) 산업을 부흥시킬 수 있을지 국내 업계는 6일 신중한 평가를 했다.
기존의 XR 기기와 차별성을 부각하지 못한 외형, 한화로 약 457만원에 달하는 비싼 가격이 대중성을 얻기에 역부족이라는 회의적 평가가 있기 때문인데, 첨단 컴퓨팅 기기가 신체와 긴밀히 연결돼 감각의 지평을 넓힌다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메타버스 신호탄이라는 호평도 있다.
키보드나 리모컨 등의 별도 기기 없이 공간 운영체제 '비전 OS'를 통해 눈동자와 손 움직임, 목소리로 기계를 제어하면서 가상 현실과 사용자 신체가 보다 자연스럽게 통합되는 점에서 이전 기기들보다 진일보한 메타버스 경험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헤드셋에 장착된 3차원 카메라가 찍은 이미지를 저장했다가 비전 프로를 이용해 꺼내 보면 3차원 이미지로 재생된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혔다. 과거의 기억이 현재 모습과 더 가까운 이미지로 재현된다는 소리다.
과거 아이폰 이전의 휴대전화로도 사진을 촬영하고 꺼내볼 수 있었지만, 아이폰이 사진 애플리케이션으로 편리한 관리와 열람이라는 혁신이 이뤘다면, 사진을 2차원이 아닌 3차원으로 찍고 꺼내보는 혁신이 비전 프로로 가능해진 것이다.
이렇듯 애플 비전 프로가 스마트폰과 PC로 대표되는 2차원 기기의 경험을 뛰어넘을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아직은 이 헤드셋으로 특별나게 할 수 있는 경험이 적다는 것은 뚜렷한 한계로 꼽힌다.
단적인 예로 비전 프로 공개 영상에서 애플이 사용한 게임 장면을 보면 가상 공간에 게임 화면이 2차원으로 띄워진 형태에 불과했다. PC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보는 것과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다만, 비전 프로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의 차별성과 양은 시간이 지나면 보완될 것으로 점쳐진다. 애플은 3차원 인체·자동차 디자인, 제품 생산 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앱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애플이 모바일에서처럼 XR 앱 생태계도 폐쇄성을 무기로 장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컴프론티스 정종기 CTO(최고기술책임자)는 "비전 프로 발표가 메타버스 시장에 파장을 일으킨다고는 아직 볼 수 없지만 향후 영향은 예측하기 쉽지 않다"며 "실감형 공간 컴퓨팅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스마트폰이 사라지고 XR 글라스로 이동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 당국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 중인 K-클라우드 전략의 궁극적인 비전이 초고속망에 연결된 컴퓨팅 파워를 저전력화해서 AI로 처리한 데이터를 실시간 서비스하도록 하는 것인데, 이를 먼저 모빌리티나 로봇에 탑재하겠지만 점점 신체 가까이에서 오감을 가상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애플이 내보인 전략도 이와 유사하다"고 평했다.
c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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