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시그넷 "美 공장 발판 전기차 충전기 매출 2년내 1조원 목표"
내달부터 텍사스서 400㎾급 충전기 양산…"미 친환경 정책으로 성장세 커"
미국내 초급속충전기 시장점유율 1위…"보조금 기준 충족해 경쟁력 압도적"
(플레이노[미 텍사스주]=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전기차 초급속 충전기 제조업체 SK시그넷이 미국에 새로 건립한 공장을 발판으로 2년 안에 매출액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신정호 SK시그넷 대표는 5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플레이노시에 지은 새 공장(SK Signet Manufacturing Texas, SSMT) 준공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2025년이면 미국 공장 설비를 100% 활용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때가 되면 연간 매출 1조원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시그넷의 작년 매출 1천626억원에 견줘보면 올해를 포함해 2025년까지 3년간 매년 갑절에 가까운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신 대표는 세계적인 전기차 확산으로 충전기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특히 정부 차원의 충전기 설치 보조금 정책까지 시행돼 시장이 더 빨리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아서디리틀(ADL)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전체 전기차 충전기 시장 규모는 작년 기준 16억달러에서 2025년 32억달러로 100% 증가하고, 이 가운데 급속(150㎾) 충전기 시장은 작년 8억달러에서 2025년 13억달러 수준으로 62%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SK시그넷은 미국의 경우 국토 면적이 넓고 평균 주행거리가 긴 특성으로 고속도로에서 150kW 이상의 급속 충전기 수요가 점점 커질 것으로 보고 이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그동안 SK시그넷은 미국 전역에 전기차 충전기를 깔아온 충전소운영사업자(CPO) 일렉트리파이 아메리카(EA)에서 대규모 물량을 잇달아 수주하며 미국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다.
작년 6월 기준으로 미국의 전기차 충전기 시장 전체를 보면 테슬라가 자사 차량을 위해 설치한 충전기가 1만2천995대로 압도적이지만, 이를 제외하고 150kW를 초과하는 범용 급속 충전기 시장에서는 SK시그넷이 1천604대로 점유율 1위(40%가량)다. 경쟁사인 ABB의 1천134대나 BTC의 891대를 압도한다.
또 오는 7월부터 텍사스 공장에서 양산하는 400kW급 초급속 충전기 'V2'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최고 출력 제품으로, V2의 전력 변환 장치인 파워캐비닛(1기당 최대 600㎾)과 충전기 2대를 연결하고 충전기 하나당 양쪽 포트로 차량 4대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어 기존 제품들보다 효율성이 높다.
신 대표는 "테슬라도 최근 250kW급의 상위 스펙을 내놓고 다른 차량에도 개방했지만, 아직은 도입한 곳이 얼마 되지 않아 당장 큰 위협은 아니다"라며 "파이가 작은 시장에서 싸우는 상황이 아니라, (파이가) 굉장히 빨리 커나가고 있어 초급속 충전기 시장의 강점을 상당 기간 유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게다가 이번에 준공한 텍사스 공장은 미국 내 생산 제품에 혜택을 주는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규정을 적용받는 데 발판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신 대표는 "미 연방 정부가 전기차 충전기 설치에 5년간 배정한 75억달러(약 9조7천800억원) 규모의 보조금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렸다"며 "고성능 사양 제품을 더 빨리 양산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경쟁사들보다 앞서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 시장에서 실제로 생산 공장을 운영하는 경쟁업체는 호주 회사 트리티움(Tritium)과 테슬라 정도"라며 "'바이 아메리카' 규정에서 요구하는 미국산 철강 사용 외함(스틸케이스)을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공급받아 쓸 수 있어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아울러 신 대표는 "400kW급 V2 제품을 올해 안에 유럽과 한국에서도 출시할 것"이라며 "유럽은 이제 막 공급을 시작했고 미국과 시장 규모가 비슷한 만큼, 2025년까지 세계 시장 점유율 30% 달성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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