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풍향계' 멕시코 주지사 선거, 94년만에 좌파 승리(종합2보)
집권당 고메스 후보, 야당 후보에 승리…"부패 뿌리 뽑자" 선언
첫 여성 멕시코주 주지사…'우파 보루'서 6년 전의 패배 설욕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멕시코에서 유권자가 가장 많아 이듬해 대통령선거의 전초전으로 여겨지는 멕시코주(Estado de mexico·EDOMEX) 주지사 선거에서 집권당 후보가 승리했다.
5일(현지시간) 멕시코주 선거관리위원회(IEEM) 홈페이지 개표 현황을 보면 집권당(국가재건운동·MORENA) 소속이자 중도좌파 성향 연합 후보인 델피나 고메스(60) 전 상원의원은 전날 치러진 주지사 선거에서 개표율 99%(기표소 투표 기준·재외국민투표 및 사전투표 제외) 기준 52.66%를 득표했다.
이로써 44.33%를 득표한 야당(제도혁명당·PRI) 우파 연합 후보 알레한드라 델 모랄(39) 전 멕시코주 사회개발부 장관을 따돌리고 당선을 확정했다.
이는 수개표 진행 중 멕시코주 선관리위에서 발표한 예비 개표결과 시스템(PREP·프레프) 집계 결과와 큰 차이가 없다.
앞서 아말리아 풀리도 IEEM 위원장은 투표 마감 이후 약 2시간여 뒤인 오후 8시 30분께 "여당 후보가 52.1∼54.2%의 지지를, 야당 후보는 43.0∼45.2%의 지지를 각각 얻을 것"이라고 밝혔다.
PREP는 선거 결과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도입한 것으로, 선거인명부 숫자 통계치를 고려해 각 정당 합의로 정해진 특정 지역의 투표소를 대상으로 실시간 개표 결과를 게시하게 된다. 결과 발표에 대한 법적 효력은 없다.
직전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던 고메스 후보는 이로써 멕시코주에서 처음으로 여성 주지사의 자리에 오르게 됐다. 임기는 10월 4일부터 6년이다.
고메스 후보는 "그간 100년 가까운 부패와 방치의 역사가 이어졌지만, 이제 시대가 변하게 됐다"며 "제게 주어진 위대한 임무를 책임과 자부심을 가지고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멕시코 32개주(연방구인 멕시코시티 포함) 중 한 곳의 지방자치단체 수장을 뽑는 것으로 의미를 제한할 수 있지만, 멕시코 국내에서는 몇 가지 관전 포인트로 이목이 집중됐다.
우선 멕시코주 주지사 선거는 매번 대선을 1년 앞두고 치러지는 만큼 민심의 향방을 미리 살필 수 있는 풍향계 역할을 해왔다. 전통적으로 멕시코주 인구(1천742만7천790명)와 유권자(1천273만9천625명·이상 멕시코 주정부 및 주 선거관리위원회 올해 집계 기준)가 멕시코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많은 데다가 수도권이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직전 주지사 선거(제도혁명당 승리)와 대선(국가재건운동 승리)의 경우엔 당선인 소속당이 엇갈렸지만, 대체로는 일치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현지 일간지 레포르마는 전했다.
여기에 더해 멕시코주 첫 여성 주지사가 배출되는 선거로도 관심을 모았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두 후보 모두 여성이었다.
멕시코주에서의 90년 넘게 이어져온 '우파 천하'를 무너뜨릴지도 멕시코 정치권에서는 큰 관심사였다. 우파인 제도혁명당은 전신인 국가혁명당(PNR)과 멕시코혁명당(PRM)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1929년 이래로 단 한 번도 멕시코주 주지사 자리를 다른 당에 내준 적 없다.
직전 대통령인 엔리케 페냐 니에토 역시 멕시코주 주지사 출신일 만큼, 이 나라 우파의 최후 보루이자 정치적 고향으로 꼽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번 선거에서는 그러나 좌파인 집권당 고메스 후보가 94년 만에 처음으로 우파인 델 모랄 후보를 제치면서, 역사를 썼다. 그는 1∼5월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델 모랄 후보를 내내 여유 있게 앞서기도 했다.
멕시코주 주지사 선거 승리로 집권당은 32개 지방자치단체 중 21곳에 깃발을 꽂게 됐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정말 기쁘고, 당선인에게 축하의 말을 보낸다"며 "때가 되면 당선인과 만나 현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외국민투표 개표 및 검표 후 선관위의 최종 결과 공표까지는 시간이 며칠 더 소요될 수 있다고 엘우니베르살 등 현지 매체는 전했다.
한편, 이날 미국 접경인 멕시코 북부 코아우일라 주에서도 주지사 선거가 진행됐다. 이곳에서는 그간 여론조사에서 앞선 제도혁명당 후보가 다른 3명의 후보를 따돌리고 수성에 성공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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