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서 폐쇄된 톈안먼 민주화시위 기념관, 뉴욕에 새 둥지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에서 2년 전 당국의 압박 속에 폐쇄된 6·4 톈안먼 민주화시위 추모 기념관이 태평양 건너 미국 뉴욕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AP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뉴욕 맨해튼 6번가 한 건물에 톈안먼 추모 기념관이 자리를 잡고 2일 문을 연다.
1989년 칭화대 물리학과 학생으로서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부패 척결과 개혁을 요구하던 학생 시위대의 리더 중 한명이었던 저우펑쒀(55)는 이날 기념관 개설 기자회견에서 이 기념관에 대해 "자유로운 중국에 대한 희망이 살아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중국을 위한 가장 중요한 유산"이라며 중국 당국이 톈안먼 광장에서 벌어진 일에 관한 흔적을 지워버리려고 하지만, 이를 잊을 수도 없고 잊혀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중국공산당이 자행한 일에 대해 변하지 않는 증거를 간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작은 기념관에는 34년 전 7주간 벌어졌던 시위 현장에서 나온 피 묻은 수건과 지혈대로 사용된 피에 젖은 현수막, 텐트, 옷, 당시 사건에 관한 신문과 편지 등이 전시돼있다.
중국은 탱크를 동원해 유혈 진압한 톈안먼 시위 희생자 수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인권단체와 목격자들은 수천 명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산한다.
해외 중국 민주인사들은 홍콩에서 기념관이 문을 닫자 뉴욕에 기념관 개설을 추진해왔다.
홍콩에서 2014년부터 상설 운영돼온 '6·4 톈안먼 추모 기념관'은 2021년 6월 4일을 이틀 앞두고 당국의 압박에 문을 닫았다.
작은 규모였지만 시위 현장의 각종 '증거품'과 사진, 영상 등이 전시됐고 관련 책도 구비됐던 곳이다. 한쪽에는 희생자들을 위해 헌화하는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그로부터 석 달 후에는 기념관을 운영하고 30여년 홍콩에서 톈안먼 시위 추모 촛불집회를 개최해온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지련회)도 홍콩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속에 자진 해산했다.
그 과정에서 경찰은 지련회가 축적해온 톈안먼 민주화시위 관련 온라인 아카이브도 폐쇄하고 각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린 게시물을 모두 삭제하라고 명령했다.
지련회의 각 온라인 계정에는 톈안먼 시위 당시의 사진과 영상, 유족의 증언, 30여 년 진행한 촛불집회를 포함한 1천여 개의 자료가 있었다고 당시 홍콩 명보는 설명했다.
이후 2021년 연말에는 홍콩 여러 대학에 전시돼 있던 톈안먼 시위 추모 기념물들이 일제히 철거됐다.
최근에는 공공도서관과 학교, 서점에서도 톈안먼 시위 관련 서적과 자료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중국에서는 톈안먼 시위를 언급하는 게 금기다.
중국 공산당은 2021년 11월 채택한 세 번째 역사결의에서 톈안먼 사태를 '정치풍파', '동란'으로 규정했다.
톈안먼 시위 주역으로 중국 당국의 수배 대상 1호였던 왕단은 이날 뉴욕 톈안먼 기념관에서 "우리는 역사의 진실을 수호하고, 역사적 기억을 지우려는 중국 공산당의 시도에 맞서기 위해 이 기념관을 세울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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