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극 경쟁' 속 노르웨이에 최북단 외교공관 신설

입력 2023-06-02 08:36
美, '북극 경쟁' 속 노르웨이에 최북단 외교공관 신설

트롬쇠에 공관 설치…영사 근무 예정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북극이 신냉전 시대 강대국 간의 무역·군사 경쟁의 무대가 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이 노르웨이에 최북단 외교공관을 신설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해 노르웨이 트롬쇠에 공관을 개설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인구 7만7천명의 트롬쇠는 노르웨이 북부에서 가장 큰 도시이며 북극권(북위 약 66.5도를 지나는 위선) 북쪽에서 3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다.

이 공관은 올해 말 개소하며 영사 직책의 외교관 한 명이 근무할 예정이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마음이 맞는 동맹과 함께 북극에 대해 평화롭고 안정적이며 협력적인 비전을 발전시키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는 1994년까지 트롬쇠에 공관을 유지했으나 냉전 종식과 함께 외교 시설 재배치의 하나로 이를 폐쇄했다.

마크 나단슨 주노르웨이 미국 대사는 이번 결정에 대해 "미국은 자랑스러운 북극 국가이며 이 지역의 관리인 역할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아니켄 후이트펠트 노르웨이 외교장관도 노르웨이가 미국이 북극 문제 협력에서 "유구하고 자랑스러운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며 "올해 트롬쇠에 공관을 개설하려는 계획을 환영하며 이는 양국 간 긴밀한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노르웨이는 올해부터 북극권 8개국(미국·러시아·캐나다·노르웨이·덴마크·핀란드·스웨덴·아이슬란드)이 모인 북극이사회의 순환의장국을 맡는다.

북극이사회는 북극 개발과 환경 보호 정책 등을 조율하기 위해 1996년 창설한 정부 간 협의체로, 상설사무국이 트롬쇠에 있다.

그러나 2021년부터 2년간 의장국을 맡았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7개 서방 회원국이 러시아가 주재하는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지난해부터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미국의 트롬쇠 공관 신설은 최근 북극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서방과 러시아, 중국 간 경쟁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5월 말에는 미국 해군의 최신형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호가 오슬로에 입항해 1주일간 머물렀다.

지구온난화로 북극해 일대의 선박 운항이 용이해지면서 강대국들이 북극해 일대에서 새로운 경제적, 군사적 경쟁을 펼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수행하는 가운데도 여전히 북극권 영토에서 공군력과 함대, 핵잠수함, 핵미사일 기지를 유지하고 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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