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우크라 안전보장' 집중 논의…구체적 방안 두고는 이견
오슬로 외교장관회의 폐막…사무총장 "러 침공사이클 깰 신뢰 조처 필요"
우크라 "나토 가입 정치적 결정" 요구에 美, '확답' 주저
'이스라엘식 안보협정' 대안으로 거론…내달 정상회의서 합의 시도
(오슬로=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교장관들이 1일(현지시간) 서방의 새 화두로 떠오른 '우크라이나 안전보장'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외교장관회의 결과 기자회견에서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일단 끝나고 나면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신뢰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특히 안전보장 제공을 통해 "러시아의 침공 사이클을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토 등 서방에서는 이번 전쟁을 지난해 시작된 것이 아닌 2014년 크림반도 강제 합병에서 비롯된 패턴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기적인 군사 지원뿐만 아니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시는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어떤 뼈대를 마련할 수 있을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구체적인 방안이 도출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안전보장과 관련한 잠정 합의가 이뤄졌느냐는 질문에 "비공식적인 회의였기에 어떤 결정을 내리진 않았다"면서 세부안에 대해서는 논의가 더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실제로 추진 방향을 두고 이견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선 당사자인 우크라이나는 전쟁이 끝난 뒤 자국이 나토에 합류할 것이라는 회원국 차원의 '정치적 결정'을 희망하고 있다.
이는 나토 집단방위체제를 상징하는 제5조를 고려한 것이다. 5조는 '회원국 일방에 대한 무력 공격을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필요시 무력 사용을 포함한 원조를 제공한다'고 규정한다.
지난해 스웨덴·핀란드가 안보 불안감 고조에 군사중립 정책을 폐기하고 나토 합류를 결정한 것처럼, 합류 약속만으로도 러시아 압박 효과가 있을 것으로 우크라이나는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나토의 동유럽 회원국들은 이런 구상에 대체로 동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달리 나토 주축인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언젠가는 회원국이 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 이상의 메시지 표명을 주저하고 있다고 AFP 통신은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회의에 참석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별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군을 "'나토식 표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내달 정상회의의 핵심 안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가입에 관한 정치적인 메시지보다는 자체 방어역량 강화 등 실질적 지원에 초점을 두겠다는 의미다.
친러 행보를 보인 헝가리의 경우는 논의 자체에도 부정적이다. 씨야르토 페테르 헝가리 외무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전쟁 중인 국가의 나토 가입 문제는 (정상회의) 의제가 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이렇듯 엇갈리는 입장에 나토 개별 회원국과 우크라이나 간 양자 안보협정을 체결하는 방안이 현재로선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된다.
최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선진 기술을 제공하는 이스라엘식 안보 협정에 관한 논의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고 공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전날 슬로바키아에서 한 연설에서 "앞으로 몇주 안에 있을 집단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에 가시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안전 보장을 제공하는 이슈가 다뤄질 것"이라며 이스라엘식 안전보장 모델 등을 언급한 바 있다.
나토는 이날 외교장관들의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내달 리투아니아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합의 도출을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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