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드인] 글로벌 진출 앞두고 '장애인 접근성' 고민하는 게임업계

입력 2023-06-03 11:00
[게임위드인] 글로벌 진출 앞두고 '장애인 접근성' 고민하는 게임업계

엔씨소프트·스마일게이트, 장애인 고려한 게임 개발 가이드라인 만들어

해외 게임업계는 이미 일상…장애인 전용 컨트롤러 개발도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아시아를 넘어 서구권을 아우르는 글로벌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는 한국 게임 업계가 장애인의 게임 접근성을 고려한 게임 개발에 뒤늦게 주목하고 있다.

3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036570]는 지난달 말 베타테스트를 마친 신작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쓰론 앤 리버티'(TL)에 '색약 보정'과 '광과민성' 옵션을 추가했다.

색약 보정은 색맹·색약 등 색각 이상이 있는 플레이어도 게임 화면 속의 색상 차이를 쉽게 식별할 수 있게끔 조절하는 기능이다.

광과민성 옵션은 빠르게 점멸하는 불빛에 노출됐을 때 발작을 일으키는 '광과민성 발작 증후군'이 있는 이용자를 배려해 게임 속의 각종 광원 효과 강도를 조절하는 기능이다.

엔씨소프트가 이러한 접근성 옵션을 선보인 게임은 TL이 처음이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산하 조직 '게임 디자인 랩'을 통해 장애인 게임 접근성에 대한 개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게임 개발 과정에서 비디오·오디오·컨트롤·인터페이스·의사소통·커뮤니케이션 등에 있어 접근성을 고려해 설계하도록 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TL 정식 출시 시점에는 더 다양하고 발전된 접근성 옵션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향후 출시되는 게임은 물론 기존에 서비스하는 게임에도 비슷한 옵션을 추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해 신설한 D&I(다양성&포용)실에서 미국의 비영리 단체 '에이블게이머즈'(AbleGamers)가 제공하는 장애인 게임 접근성 교육을 이수하고, 이를 토대로 게임 제작 과정에서 적용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개발 조직에 배포했다.

이런 노력은 스마일게이트가 올해 여름 출시를 목표로 최근 세계 시장에 공개해 호평받은 가상현실(VR) 슈팅 게임 '시에라 스쿼드'에 적용됐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단순히 관련 옵션을 넣는 것을 넘어서 게임 속에서 반드시 식별해야 하는 요소가 빨간색이나 초록색으로 표현되지 않게 하고,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도 게임 진행에 문제가 없도록 세심하게 설계했다"고 말했다.

카카오게임즈[293490] 역시 자체 개발한 모바일 게임 '프렌즈팝'·'프렌즈팝콘' 등에 색각 이상을 고려한 접근성 옵션을 제공하는 한편, 국립재활원과 함께 장애인 게임 접근성 향상을 위한 보조기기 지원 사업에 협력하고 있다.

국내 게임 업계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새로운 시도로 여겨지지만, 북미·유럽권에서는 장애인 접근성을 고려한 게임 개발이 이미 일상이다.

미국 게임사 너티독이 제작한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는 시각·청각·행동·신체 장애인을 위해 60가지가 넘는 장애인 접근성 설정을 제공한다.

특히 저시력 장애인을 위해 명암·색채 대비를 강화하거나, 땅에 떨어진 아이템이나 현재 상황을 음성으로 설명해 주는 기능이 들어가 있다.

지난해 출시된 샌타모니카 스튜디오의 액션 게임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 역시 풍부한 접근성 옵션을 제공해 호평받았고, 게임계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더 게임 어워드'에서 '접근성 혁신상'을 수상했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오는 6일 정식 출시하는 '디아블로 4' 역시 게임 속의 방대한 텍스트를 음성 변환해 읽어 주는 기능이 내장됐다.



최근에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게임용 컨트롤러도 나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Xbox)는 2018년 게임패드를 손으로 쥐고 플레이하기 어려운 이용자를 위한 '적응형 컨트롤러'를 출시했다.

이런 움직임을 지켜보던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 역시 올해 초 CES 2023에서 장애인을 위한 '플레이스테이션 5' 전용 컨트롤러 '프로젝트 레오나르도'를 공개한 바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1월 발간한 '장애인 게임 접근성 제고 방안 기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장애인 게이머 327명은 게임 이용을 통해 삶의 질 향상(69.1%·중복 응답 가능)과 심리적 건강 증진(68.3%) 등을 기대하고 있었다.

또 장애 정도가 심한 경우 '전용 컨트롤러·하드웨어 기기 개발 지원'(50%)을, 장애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모두가 동등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인터페이스·사용자 경험 개발'(45.5%)이 필요하다고 가장 많이 응답했다.

juju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