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전선에 '병력 고갈' 바그너 용병 대신 체첸군 투입
'푸틴 요리사' 프리고진, 삐딱 노선…이번엔 러에 전범 조사 요구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최격전지 바흐무트를 점령하느라 전력이 고갈된 사설 용병단 '바그너 그룹' 대신 잔인하기로 악명 높은 체첸 부대를 전선에 투입하기로 했다고 미국 CNN 방송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체첸공화국 수장 람잔 카디로프는 전날 텔레그램을 통해 "체첸 부대가 병력 재배치 명령을 받았다"며 "책임 지역은 도네츠크공화국"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도 이날 정규군과 체첸 부대가 함께 마린카 방향으로 진격했다고 발표했다.
카디로프는 "체첸 병사들은 적극적으로 전투 작전을 시작해 정착촌들을 해방시켜야만 한다"며 "우리 부대는 러시아 총참모부의 지원을 받아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지휘하는 아흐마트 대대 중 다른 병력의 경우 자포리자와 헤르손 사이 우크라이나군과 대치하고 있는 접촉선 지역에 대해서도 비슷한 임무를 부여받았다고 전했다.
카디로프는 지난 26일 기준 우크라이나에 약 7천명의 체첸인 병사가 주둔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2004년 피살된 부친 아흐마트 카디로프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2007년부터 체첸 자치공화국을 통치해왔다. 푸틴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대가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부대를 파견해 지원해왔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군 사령부가 바그너 부대 철수 후 카디로프의 체첸 군부대에 우크라이나 공격 작전을 시작하도록 명령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앞서 프리고진은 바흐무트 장악을 주장하기 얼마 전인 지난 6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오는 10일 0시 이전에 바그너가 지키고 있는 바흐무트 및 그 주변 위치를 아흐마트 대대에 이전할 것을 요청한다"고 썼다.
탄약 보급이 제대로 되지 않는 열악한 상황에서 수많은 부대원들이 희생됐다는 주장이었다.
ISW는 약 1년간 러시아군의 고강도 전투 작전에 참여하지 않았던 체첸군이 다시금 본격적으로 가담하고 나설 경우 전황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ISW는 "카디로프는 그간 전선에 제한적으로 발을 담그며 소모적인 전투 참여를 주저해온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러시아 수뇌부는 바그너가 최전선에서 후방으로 철수하는 시점에 맞춰 체첸 부대를 주요 병력으로 투입하고자 시도하는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0개월간 피비린내 나는 전투를 치른 끝에 바흐무트를 점령한 프리고진을 치하함과 동시에, 전선에서 한발짝 물러서 있던 카디로프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압박하려는 것이 푸틴 대통령의 의도로 파악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바흐무트 전투 막바지에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 수뇌부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터뜨리며 '삐딱선'을 타온 프리고진은 연이어 군 지휘부를 직격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이날 성명을 내고 "국방부 고위 관리들이 특별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을 준비하고 수행하는 과정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실을 확인해줄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조사위원회와 검찰청에 보냈다"고 밝혔다.
이는 군 최고 책임자인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을 정조준한 것이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프리고진의 언급에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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