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 시장, 예산 발표장에 '마음에 드는 기자'만 초청 구설
언론단체 "유권자에 대한 모독" 맹비난…시장 측 "장소제한으로 초청자만 참석"
(오클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 뉴질랜드의 최대 도시 오클랜드 시장이 시 예산안을 발표하는 자리에 일부 매체 기자들을 배제해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뉴질랜드 언론에 따르면 웨인 브라운 오클랜드 시장은 이날 오클랜드 교통공사 본사에서 사람들을 모아놓고 시 예산안을 발표했다.
초청받은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이 자리에는 기업인과 전직 정치인들이 주로 참석했고 전직 럭비 코치도 참석했다.
그러나 예산안 내용을 기사로 처리하게 될 기자들은 일부 매체만 참석하고 주요 언론사인 스터프, 국영 텔레비전뉴질랜드(TVNZ), 뉴스허브 등은 초청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현장에 갔던 일부 매체 기자들은 항의하며 퇴장하겠다고 위협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그러자 브라운 시장은 "그들은 초청되지 않았다. 일부 매체는 아주 못됐다. 우리는 지각 있는 매체들만 초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터프 등 일부 매체 기자들은 브라운 시장의 연설이 시작된 후 뒤늦게 현장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스터프는 이와 관련, 시장 공보비서 조시 밴 빈에게 문의하자 '우리는 시장의 메시지를 가장 잘 전달해줄 것으로 생각되는 일부 매체 기자들만 골라서 초청했다. 스터프는 그들 중 하나가 아니다'라는 답변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 보장을 기치로 내세우는 언론 단체가 브라운 시장을 맹비난했다.
뉴질랜드 주요 매체 대표들로 구성된 언론자유위원회(MFC)의 리처드 서덜랜드 회장은 브라운 시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까다로운 질문을 할지도 모르는 기자들을 일부러 배제했다며 "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기자들만 고른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산의 모든 과정은 모든 오클랜드 시민에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며 "특정 기자들을 배제하려는 것은 민주적 절차와 유권자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서덜랜드 회장의 지적에 대해 오클랜드시의 케이트 구디 공보실장은 "장소가 제한돼 있어 초청자들만 참석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해명했다.
기자 출신인 그는 이날 행사는 기자회견이 아니었다며 그래서 소수의 매체만 부르고 예산 내용은 행사 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배포할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예산안에는 오클랜드시가 보유한 오클랜드 공항 지분 18% 매각과 재산세 인상 문제 등이 포함돼 있었다.
브라운 시장은 지난 1월 오클랜드 지역을 강타한 사이클론으로 큰 피해가 났을 때 친구들에게 보내는 문자에서 기자들을 '멍청이'로 부르며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 테니스 약속을 취소할 수밖에 없게 돼 화가 난다는 표현을 썼다 논란이 되자 사과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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