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호암상 2년 연속 참석…'인재 제일' 철학 잇는다(종합)
임지순 교수·피아니스트 조성진 등 수상…삼성 사장단 50여명 총출동
이재용 회장 취임 후 첫 호암상 행사…"미래 동행 의지 보여줬다" 평가도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김기훈 기자 = 삼성그룹 창업자 호암(湖巖) 이병철 회장의 뜻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삼성호암상'(옛 호암상) 시상식이 1일 열렸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은 회장 취임 후 처음 개최된 삼성호암상 행사에 직접 참석해 수상자를 격려하고 인재 양성 의지를 재확인했다.
◇ 임지순·조성진 등 수상…"인류 문제 해결의 길 함께 개척"
호암재단(이사장 김황식)은 이날 오후 서울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수상자와 가족·지인, 삼성 사장단 등 250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33회 삼성호암상 시상식'을 열었다.
올해 수상자는 임지순(72) 포스텍 석학교수(과학상 물리·수학부문), 최경신(54) 미국 위스콘신대 교수(과학상 화학·생명과학부문), 선양국(62) 한양대 석좌교수(공학상), 마샤 헤이기스(49) 미 하버드의대 교수(의학상), 조성진(29) 피아니스트(예술상), 사단법인 글로벌케어(사회봉사상) 등이다. 조성진은 해외 공연 일정으로 스승인 신수정 서울대 명예교수가 대리 수상했다.
김황식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학술, 예술, 사회봉사 분야에서 각고의 노력을 다해 인류사회 발전과 고귀한 인간 사랑 실천에 큰 업적을 이룬 훌륭한 분들을 수상자로 모시게 돼 큰 기쁨이자 자랑"이라고 말했다.
임지순 교수는 "묵묵히 한가지 연구주제에 몰두하는 후배 과학자들에게 저의 수상이 조그마한 격려가 되기를 희망하며, 함께 진리 탐구와 인류문제 해결의 길을 개척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최경신 교수는 "아직도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과학자란 직업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직업이라고 생각한다"고, 선양국 교수는 "자신의 연구분야에 확신이 들었다면 긴 호흡으로 멀리 바라보라"고 말했다.
조성진은 행사엔 불참했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더욱 정진해 나가라는, 그리고 지금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젊은 음악가들에게 용기를 주는 상이라고 생각한다"는 소감을 전했다.
수상자에게는 상장과 메달, 상금 3억원씩 총 18억원이 수여됐다.
◇ 이재용, 2년 연속 참석…삼성 사장단 50여명 총출동
이 회장은 작년 시상식에 6년 만에 참석한 데 이어 올해도 시상식장을 찾아 수상자와 가족을 격려했다.
행사 시작 약 20분 전 신라호텔에 도착한 이 회장은 참석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곧바로 행사장으로 향했다.
삼성호암상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이병철 창업회장의 '인재 제일'과 사회공헌 정신을 기려 1990년 제정했으며, 과학·공학·의학·예술·사회공헌 등의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뤄 '글로벌 리더'로 인정받는 국내외 한국계 인사를 선정해 시상한다.
올해까지 170명을 선정, 총 325억원의 상금을 수여했다.
과거 호암상 시상식에는 이건희 선대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함께 했으나, 2017년부터는 이건희 선대회장의 와병과 사법 리스크 등의 이유로 오너 일가는 불참한 채 수상자 중심의 행사가 치러진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글로벌 경기 침체와 산업 재편 가속화 등 복합위기 상황에서도 시상식에 참석, 선대의 '사업보국' 철학을 계승·발전시켜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 삼성의 '뉴 리더'로서 사회와 함께하는 '미래 동행' 의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국세청 공익법인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호암재단의 총기부금 52억 중 2억원은 이재용 회장이 냈다. 개인 자격으로는 이 회장이 유일하다.
호암재단은 이 회장의 제안에 따라 2021년부터 삼성호암상 과학 분야 시상을 확대했다.
이 회장은 공학이나 의학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기초과학 분야 지원을 늘려 산업 생태계의 기초를 강화하고 궁극적으로 국가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자는 취지로 시상 확대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호암상 시상식에는 해외 출장 중인 경영진을 제외한 삼성 사장단 50여명이 총출동했다.
삼성전자에서는 김기남 SAIT(구 종합기술원) 회장을 비롯해 경계현·노태문·진교영·이정배·박용인·최시영·박학규 사장 등이 참석했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과 전영현 삼성SDI 부회장, 최윤호 삼성SDI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황성우 삼성SDS 사장,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
삼성은 삼성호암상 외에도 미래기술육성사업과 산학협력을 통해 국가 기초과학 발전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까지 760개 이상의 과제에 연구비 약 1조원을 지원했으며, 삼성이 지원한 연구 과제 관련 논문이 네이처, 사이언스, 셀 등 국제 학술지에 다수 게재되기도 했다. 산학협력에도 매년 1천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계약학과를 운영하고 국가 연구개발(R&D)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한편 호암재단은 오는 8월 초 방학을 맞은 전국의 청소년을 위해 수상자와 각 분야 명사가 참여하는 온라인 지식 강연회를 열 예정이다.
hanajj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