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경쟁 속 '中 색채' 지우는 테크기업들…"샌드위치 신세"
로이터 "해외 영주권 취득 노력…본사 중국 밖으로 이전 사례도"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중국 테크기업 경영자들 가운데 미국 내 부정적인 시선을 회피하기 위해 '중국 색채' 지우기에 나서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 영업에 본격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 건 2019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제재를 가하고 양국 간 긴장이 높아지면서다. 이 무렵부터 해외로 본사를 옮기는 중국 기업이 나오기 시작했다.
기술 우위를 점하려는 미중 사이의 경쟁이 서로를 배제하는 '실력 행사'로 비화하는 경우도 벌어지고 있다.
미국 몬태나주(州)는 이달 논란 끝에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의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금지했고, 중국은 국내에서 활동해온 미국 컨설팅회사들을 상대로 강제 수사를 벌이며 단속에 나선 상황이다. 미국이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등 조치를 내리자 중국은 미국 반도체업체 마이크론을 제재하며 맞불을 놨다.
로이터는 이런 지정학적 긴장이 미국에서 사업을 하거나 자금을 조달하려는 중국 기업들에 훨씬 덜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둥성 선전에 사는 중국인 라이언(가명)은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경영자다. 그의 업체가 만든 제품은 동아시아에서 1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했고 북미에서의 기반도 탄탄하다.
미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단계가 됐지만 그는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과 중국 기업을 겨냥한 미국 정치권발 규제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에서 영업하려는 다른 나라 경쟁자들은 자신과 같은 문제를 겪지 않아도 된다며 "이건 불공평하다. 샌드위치 신세가 된 느낌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라이언은 아시아 다른 국가의 영주권을 취득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로이터는 인터뷰 대상인 중국 본토 소재 테크기업 경영자 7명 모두가 타국 영주권·시민권 취득을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 캐나다, 일본, 미국, 싱가포르 등이 대상지였다.
미국 컨설팅사 APCO월드와이드의 제임스 맥그리거 중화권 담당 회장은 "모든 중국 기업이 중국 정부나 공산당과 엮어있거나 이들의 직접 지시를 받는다는 오해가 워싱턴DC와 상당수 주에서 정치적 담론의 뿌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애물이 많아졌다고 해도 중국 기업들에 있어 미국 시장은 여전히 최종 목표다. 2020년 말부터 정부의 기술 부문 통제가 강화됐고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까지 겹치면서 중국 시장에 '올인'하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인식이 굳어졌다는 게 테크기업가들의 설명이다.
다른 경영자 윌슨은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미중 사이의 불신 때문에 "내가 밖으로 나가면 직원과 주주들 일이 더 쉬워지는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중국이라는 정체성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패스트패션 브랜드 '쉬인'(Shein)은 싱가포르에 사실상의 지주회사를 만들었고 전자상거래 기업 'PDD'는 이달 초 본사를 상하이에서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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