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용병기업 와그너 수장, 뉴질랜드 섬에 눈독 들이나?
뉴질랜드 매체 "프리고진, 채텀섬에 관심…병참 목적 가능성"
(오클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 우크라이나 침공에 앞장서고 있는 러시아 용병기업 수장이 뉴질랜드 섬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뉴질랜드 매체가 31일 보도했다.
현지 매체 스터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사람으로 알려진 용병 기업 와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뉴질랜드 채텀 섬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뉴질랜드는 프리고진은 물론 와그너 그룹에 대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제재를 내린 바 있다.
스터프는 와그너 그룹이 최근 우크라이나 바흐무트를 점령했다고 발표한 이후 프리고진이 자기 사무실에서 한 인터뷰 화면을 보면 뒷면 벽에 세계 지도가 걸려 있고 지도에는 와그너 그룹이 작전 중이거나 관심을 가진 지역에 핀이 꽂혀 있는 걸 볼 수 있다며 채텀 섬도 그중의 하나라고 밝혔다.
채텀 섬은 2개의 큰 섬과 여러 개의 작은 섬들도 이루어진 제도로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동쪽으로 840km 떨어져 있으며 전체 면적은 800여㎢다.
스터프는 지도에 핀이 꽂혀 있는 곳은 와그너 그룹이 현재 작전 중이거나 사업상 이해관계가 있는 아프리카 지역이 대부분이지만 채텀 섬에 핀이 꽂혀 있는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스터프는 아프리카 대륙의 모잠비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수단 등 현재 와그너 그룹이 전투 작전을 벌이고 있는 곳에는 빨간 핀이 꽂혀 있고, 짐바브웨의 하라레, 마다가스카르의 안타나나리보, 카메룬의 두알라와 채텀 섬에는 하얀 핀이 꽂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나온 증거로 볼 때 하얀 핀이 꽂혀 있는 곳에는 와그너 그룹이 어느 정도 사업에 대한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우크라이나 국방부 고문 유리 사크 박사는 와그너 그룹이 채텀 섬에 무슨 관심을 가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게 무엇이든지 결코 좋은 것은 아닐 것이라며 "그가 만일 뉴질랜드에 간다면 당국은 그를 붙잡아 구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니크 크룬 채텀 시장은 채텀 섬에 러시아와 관련된 무엇이 있거나 러시아 돈이 들어와 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앤드루 리틀 국방장관의 한 대변인도 뉴질랜드군 당국은 와그너 그룹의 뉴질랜드 내 작전이나 활동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다는 보고를 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뉴질랜드 안보 전문가 폴 뷰캐넌 박사는 와그너 그룹이 채텀 섬에 손을 뻗치고 있다면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와그너 그룹이 채텀 섬에 발을 들여놓는다면 뉴질랜드뿐 아니라 많은 나라 정치권에 경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와그너 그룹이 채텀 섬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병참 목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스터프는 그러나 핀의 위치가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며 재정수입을 위해 돈을 받고 자국 국기 사용권을 파는 쿡제도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고 밝혔다.
뉴질랜드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지도의 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한다며 와그너 그룹에 물어보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k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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