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하고 체포할 순 없잖아"…남아공, 푸틴 체포 면제법 추진

입력 2023-05-31 11:18
"초대하고 체포할 순 없잖아"…남아공, 푸틴 체포 면제법 추진

ICC, 푸틴에 체포영장 발부…회원국인 남아공은 체포 협조해야

8월 남아공 브릭스 정상회의에 푸틴 초청…참석 여부는 미정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국에 와도 체포하지 않을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30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이 보도했다.

남아공은 국제형사재판소(ICC) 회원국이기 때문에 ICC가 체포영장을 발부한 푸틴 대통령이 입국할 경우 그를 체포해야 한다.

ICC는 지난 3월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전쟁 범죄의 책임이 있다며 푸틴 대통령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문제는 남아공이 오는 8월 열리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의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 의장국이며, 이 행사에 푸틴 대통령도 초대했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아직 푸틴 대통령의 계획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그의 참석 여부를 둘러싼 관측만 무성한 상황이다.

남아공 공기업부 차관인 오베드 바펠라는 BBC에 ICC 체포영장이 발부된 국가 정상을 체포할지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펠라 차관은 "6월에 의회에 법안을 제출할 것"이라며 "이 법을 통해 누가 체포되고 체포되지 않을지에 대한 면제권을 자체적으로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남아공 정부는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러시아 관리들에게 외교관 면책권을 적용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남아공 외무부는 "표준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펠라 차관은 ICC에도 이 면제 규정에 관한 서한을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BBC는 ICC 설립 협정인 로마규정은 27조에서 누구도 ICC 기소에서 면제받을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98조는 러시아가 푸틴 대통령의 면책특권을 포기하는 데 동의하지 않으면 ICC는 남아공에 체포를 요청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펠라 차관은 "ICC는 (2003년 이라크 전쟁으로) 이라크 사람들을 죽인 토니 블레어(전 영국 총리)와 조지 W. 부시(전 미국 대통령)는 절대로 기소하지 않았다"며 ICC가 이중잣대를 적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도 ICC가 불공평하고 모순적인 것이 문제라고 말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영국이 칠레의 독재자였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인도를 거절하는 등 국제 사법권이 면제된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1998년 영국은 스페인에서 인권 침해 혐의로 기소된 피노체트를 런던에서 체포했지만, '건강 문제'를 이유로 스페인 법원의 신병 인도 요청을 거절하고 16개월 만에 석방했다.

하지만 남아공의 제1야당인 민주동맹(DA)은 푸틴 대통령이 8월 남아공에 도착하면 당국이 강제로 체포하도록 법원에 요구하고 나섰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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