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EU, 대중국 대응 협력 논의…입장차에 '속 빈 강정' 지적도
30∼31일 4차 무역기술협의회…청정기술·AI 협력 등도 논의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미국과 유럽연합(EU)의 통상 담당 고위 당국자들이 30일(현지시간) 중국 대응을 위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회동했다.
EU에 따르면 이날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스웨덴 북부 룰레오에서 미-EU 제4차 무역기술협의회(TTC)가 진행된다.
회의에는 미국 측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EU 측에서는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집행위 통상담당 수석부위원장,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집행위 경쟁담당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TTC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훼손된 미-EU 간 무역관계 회복 등을 목표로 2021년 9월 출범한 협의체다.
이번 회의에서 양측은 챗GPT 등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신기술에서 청정기술 분야에 이르기까지 경제 안보 혹은 통상과 연관이 있는 다양한 현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아울러 경제안보 전략의 중대 변수로 떠오른 중국이 논의의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외신들은 내다봤다.
다만 대중 전략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이가 있는 만큼 실질적인 합의 도출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로이터 통신은 24장 분량의 공동성명 초안에서 '중국'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대목은 현재까지 단 두 차례에 그친다고 전했다.
회의에 앞서 공동성명 조율 과정에서 미국은 중국에 대해 더 강경한 어조로 미-EU 간 협력방안이 명시되기를 희망했으나 EU가 반대해 여러 차례 수정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EU 내에서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을 새로운 대중 전략으로 제시한 이후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방향성에 대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가령 프랑스의 경우 소위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하면서 미국식 대중 압박 전략에 거리를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EU는 이번 회의 계기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EU에서 추출·처리된 전기차 핵심 광물도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는 '핵심광물협정' 최종 합의 타결을 희망하고 있으나, 이 역시 최종 타결안 확정을 두고 양측 간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현안에 대한 거듭된 입장차에 미-EU TTC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벨기에 싱크탱크 브뤼겔의 데이비드 클레이먼 연구원은 폴리티코에 "(그간) TTC에서 무역 부문 협의 결과는 '속 빈 강정'"이었다며 "유럽-미국 간 중요한 무역 방해물을 예방하거나 해결하는 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미-EU 당국자들은 31일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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