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해경, '2차대전 침몰' 英군함 약탈 혐의로 中선박 억류
불법 정박 선박서 포탄·고철 등 발견돼…英 "전몰자 묘역·약탈 모독" 우려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중국 선박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침몰한 영국 군함에서 포탄 등을 빼돌린 혐의로 말레이시아 해안경비대에 억류됐다.
3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당국은 허가 없이 자국 해역에 정박한 중국 국적 벌크선에서 2차대전 사용되던 것으로 추정되는 포탄과 고철이 발견됐다고 전날 밝혔다.
중국 후저우에 등록돼 있으며 선원 32명이 탑승한 이 선박은 지난 28일 말레이시아 남부 조호르주 해상에서 적발됐다.
경찰은 이와 별도로 지난주 조호르주 항구에서 폭발하지 않은 2차대전 시기 포탄 여러 개를 압수했다.
당국은 이 포탄이 중국 선박에서 나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에 앞서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 직후 일본 어뢰 공격을 받고 침몰한 프린스 오브 웨일스호와 리펄스호 등 말레이시아 연안의 영국 난파선 두 척이 '난파선 도둑'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영국 국방부와 왕립해군박물관은 이에 대해 "사적인 이익을 위해 전몰자 묘역을 약탈하고 모독하는 행위"라고 규탄하며 우려를 표했다.
침몰한 군함은 시신이 내부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어 국제법상 전몰자 묘역으로 간주한다.
과거에도 중국 선박이 남중국해에서 난파선 잔해 등을 불법으로 인양해 고철로 팔아 문제가 된 사례가 있다. 침몰 선박이 통째로 사라지는 일도 있었다.
남중국해를 두고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여러 나라와 영유권 분쟁 중인 중국은 난파선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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