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주민과 소통 토대로 시멘트 생산"…아일랜드 브리든 공장
순환자원 연료 대체율 77%…연평균 100억원 이상 비용 절감 효과
"사업 정보 투명하게 공개…지역사회 위한 기금도 조성"
(키네가드[아일랜드]=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지난 23일(현지시간) 오후.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서 서쪽으로 60여㎞ 떨어진 곳에 있는 도시 키네가드의 브리든 시멘트 공장으로 들어서는 길목은 숲으로 향하는 오솔길을 연상케 했다.
드문드문 보이는 민가를 지나쳐 잘 정비된 도로를 따라 들어간 길목 끝에는 초록빛 풀밭 위로 회색빛 시멘트 공장이 우뚝 솟아있었다.
형광 주황색 안전복을 입고 분주히 움직이는 직원들과 공장이 없었다면 온통 숲과 풀밭으로 둘러싸인 탓에 녹지 공원이라고 해도 손색없는 풍경이었다.
이런 환경을 갖춘 덕분인지 중심지와는 다소 거리가 떨어져 있지만 시멘트 공장인데도 학생들이나 지역 주민이 공장을 견학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브리든 공장의 주요 모토는 '공개를 통한 신뢰 형성'으로 요약된다.
톰 맥 매너스 브리든 시멘트 공장 지속가능담당자는 "우리가 일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3가지 관계는 지역사회, 환경단체, 직원들"이라며 "우리가 하는 일을 이해시키는 것이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어떤 사업을 시작하면 모든 사람과 사전에 정보를 공유한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1시간 넘게 공장을 견학하는 동안 시멘트 주원료인 석회석을 공장 내 광산에서 채광하는 과정부터 회전식 가마인 킬른을 거쳐 시멘트가 제품으로 포장되는 과정까지 볼 수 있었다.
대체연료로 사용되는 순환자원을 저장하는 곳을 둘러보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브리든 공장은 2002년 공장 설립 이후 2006년부터 대체연료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2012년부터는 지역에 있는 제약회사에서 수거한 폐기물도 대체연료에 포함했다고 한다.
순환자원 대체율은 평균 77% 수준이다. 시멘트 약 1t을 생산할 때 약 100㎏의 유연탄이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연평균 65만t의 시멘트를 생산하는 이 공장은 순환자원을 활용해 유연탄 비용으로만 매년 약 100억원 이상 비용을 절감하고 있는 셈이다.
배리 매클로플린 생산팀장은 순환자원 저장고를 보여주며 "총 150t을 저장할 수 있다. 민가와 2㎞ 떨어진 데다, 순환자원의 사용주기가 빨라 악취 관련 민원은 없었다"고 말했다.
취재진에게 공개된 중앙통제실에서는 석회석 광산부터 1천450도로 끓는 킬른 내부, 제품이 생산되고 포장되는 라인까지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사무실 정면에 설치된 여러 대의 모니터 속에는 공장 설비 외부 모습, 킬른 내부, 생산 수치 등이 표시됐다.
중앙통제실 관계자는 현재 대체연료 사용률을 확인시켜주며 "사용률은 그때그때 조금씩 다르지만, 현재는 88%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녹지에 시멘트 공장을 세우고, 폐기물인 대체연료를 활용해 시멘트를 제작하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특히 대체연료로 순환자원을 활용하는 것을 두고 현지 환경단체와 일부 지역민 사이에서는 유해 물질 우려가 제기됐다고 한다. 시멘트 내 중금속 함량이 늘고, 제조 과정에서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가 배출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매너스 지속가능담당자는 "지역 주민들이 폐기물을 믿지 않고 걱정한다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다"며 "그렇기에 우리는 2006년 순환자원 사용을 시작하기 1년 전부터 지역 주민을 불러 많은 회의를 하고, 구체적으로 순환자원이 어떻게 이용될 것인지 동영상과 소식지 등을 제작해 모든 사람이 우리가 하는 일을 잘 알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 주민들이 특히 민감해하는 부분은 냄새인데, 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설명했다. 연기나 배출가스는 정화 장치를 거치고 끊임없이 점검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시켰다"고 덧붙였다.
지역사회와의 소통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브리든 공장은 지역 주민을 위한 기금을 조성해 지역사회 운동 동호회나 다양한 지역 행사, 환경 보존 등에 사용하고 있다. 정해진 기금 규모는 없지만 최근에는 연간 영업이익의 0.5%를 기금으로 조성했다고 한다.
기금 외에도 지역사회에서 건물을 지을 때 재료를 제공하거나, 직원들의 자발적인 모금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하기도 한다.
매너스 지속가능담당자는 "대체연료 사용 초기에는 환경단체 등 일부를 중심으로 이와 관련한 민원이나 반발이 다소 있었지만, 최근 들어선 민원이 거의 없다고 말할 수 있다"며 "환경단체, 지역주민과 바른 정보를 공유하고 탄소를 줄이고 순환 경제를 이루기 위해선 대체연료가 최선의 방법이라는 점을 설명하는 길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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