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내달 4일 텐안먼 시위 34주년 앞두고 "국가안보 해치면 조치"

입력 2023-05-29 21:42
홍콩, 내달 4일 텐안먼 시위 34주년 앞두고 "국가안보 해치면 조치"

보안국장 "며칠 내 특별한 때에 독립·전복 꾀하면 단호히 대처"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보안 책임자가 톈안먼 민주화 시위 34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국가안보를 해치려는 자에 대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9일 홍콩프리프레스(HKFP)에 따르면 크리스 탕 홍콩 보안국장(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며칠 내 특별한 때에 국가안보를 해치려 계획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탕 국장은 '특별한 때'를 특정하지는 않은 채 "많은 이들이 홍콩의 독립을 촉진하고 전복을 꾀하는 등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트리기 위해 그때를 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나는 그들에게 '그러한 행동을 하면 우리는 분명히 단호히 대처하고 당신을 체포할 것이며 증거가 있다면 당신을 기소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당신은 운이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 달 4일은 톈안먼 민주화 시위 34주년 기념일이다.

HKFP는 "탕 국장의 이날 발언은 톈안먼 시위를 추모하는 것이 불법인지에 대한 질의에 관리들이 답변을 회피한 가운데 나왔다"며 "탕 국장도 이날 톈안먼 시위 추모가 불법인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탕 국장은 또한 사람들에게 6월 4일 빅토리아 파크에서 촛불을 켜거나 검은 옷을 입지 말라고 권고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검은 옷'은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대를 상징한다.

1989년 6월 4일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인민해방군을 동원해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던 학생과 시민 100만명을 무력으로 진압했고, 수백∼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후 중국에서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언급하는 것은 금기시 돼왔다.

홍콩에서는 시위 이듬해인 1990년부터 매년 6월 4일 빅토리아 파크에서 톈안먼 시위 희생자를 추모하는 대규모 촛불 집회가 열려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상징했다.

그러나 2020년 국가보안법 제정 후 해당 행사를 주최해온 단체가 해산하고 홍콩 민주 진영이 궤멸하면서 빅토리아 파크 촛불 집회는 열리지 못했다.

홍콩 당국은 2021년과 지난해 6월 4일에는 빅토리아 파크를 아예 봉쇄해버렸다.

올해는 빅토리아 파크의 절반 가량에서 다음달까지 보수 작업이 진행되며, 나머지 절반에서는 친중 단체의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홍콩 고등법원은 이날 반중 일간지 빈과일보의 사주 지미 라이가 불공정한 재판을 이유로 자신의 국가보안법 사건을 종결시켜달라고 한 요청을 기각했다.

앞서 라이의 변호인단은 국가보안법 사건 판사들을 홍콩 행정장관이 지명하고, 라이가 선임한 영국 왕실 변호사의 재판 참여가 불허되는 등 불공정하고 편향적인 재판이 우려된다며 그의 국가보안법 사건에 대한 영구 공소중지를 이끌어 내려 했다.

라이는 다른 빈과일보 간부들과 함께 국가보안법상 외세와 결탁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은 오는 9월 재개된다.

중국이 직접 제정한 홍콩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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