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중 양면 대응…'봉쇄 압박·소통 강화'
IPEF 통해 공급망 탈중국화 추진 속 고위급채널 가동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최근 미국이 패권도전국으로 부상한 중국을 견제하는 행보가 투트랙으로 펼쳐지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중국을 압박하면서도 고위급 소통은 강화하고 있어서다.
먼저 지난 27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장관회의에서는 '공급망 위기극복을 위한 정부 간 공조' 등을 담은 공급망 협정이 타결됐다.
미국 정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지난해 5월 IPEF를 출범시킨 지 1년 만에 나온 첫 합의였다. 미 상무부는 즉각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협정은 미국 근로자와 소비자 및 기업이 효율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IPEF는 미국이 주도하고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롯해 호주,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인도 등 총 14국이 참여하는 다자 경제협력체다.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대응하기 위한 협의체로 평가된다.
IPEF는 참여국 규모만 전세계 인구의 32%, 실질 국내총생산(GDP)의 41%를 점하고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압박하면서 확고히 앞서는 미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확인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IPEF 장관회의 하루 전인 26일(현지시간) 같은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 회의를 계기로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과 만났다.
이 회담에서 양국은 상대측 경제·무역 정책에 우려를 표하며 팽팽한 공방을 벌였지만 양국간 소통 재개를 지지하는 메시지도 내놨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논의에 대해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심도 있는 교류"였다고 평가했고, 미국의 타이 대표는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베이징에서 온 대화 파트너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것은 서로 더 잘 이해하고, (미중의 정책이) 상대국 경제에 주는 영향이 어떠한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다"며 미중간 소통 라인을 열어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양면적인 메시지가 교차하는 장면을 놓고 현재의 미중 패권경쟁의 속내가 반영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실제로 과거 냉전의 두 축이었던 미국과 소련은 군사와 경제, 이념의 영역에서 철저히 분리돼 있었고, 세계를 둘로 분리해 각 진영 내에서만 내부거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미국과 중국은 여전히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돼있다.
양국 교역 규모만 해도 2018년 6천823억달러였던 것이 패권경쟁이 본격화되며 다소 줄어들던 경향이 있었지만 지난해에는 6천915억달로 다시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2% 증가한 3647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결국 최근의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소통 강화는 과거 미국과 소련이 벌였던 냉전의 양상과 다른 패권대결이 벌어지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에서 제기되기 시작한 새로운 대중 접근법인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이 미국 정부 당국자나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다. 디커플링(분리)과 대비돼서 최근 많이 언급되는 디리스킹은 중국과 완전히 결별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발 리스크를 관리해나가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내달 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리상푸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의 회동도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정찰풍선 사태로 지난 2월 출발 직전 무기 연기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방중도 재추진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간 패권경쟁은 구 냉전과 다른 양상으로 전개돼 '신(新) 냉전'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과거 냉전과 다르긴 하지만 미중 패권경쟁은 본질적으로 일방의 굴복을 전제로 한 패권싸움이라는 점에서 양국간 고위급 소통강화를 곧바로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행보로 보기는 어렵다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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