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취업난 속 "청년들이여 농촌으로 가라" '新하방' 독려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의 청년 실업률이 5년만에 20%를 넘어선 가운데 당국이 청년들의 농촌행을 다시 독려하고 있다.
앞서 실업률이 올라갈 때마다 젊은이들의 귀향과 농촌 구직활동을 독려해온 중국 당국은 이번에도 청년들이 농촌에서 경력을 쌓는 게 좋다고 권유하며 이런저런 일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농촌의 현대화를 통해 도농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과 맞물리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당국이 문화대혁명(1966∼1976년) 때 마오쩌둥이 노동을 통해 학습하고 농촌에서 배우라는 취지로 지식인과 학생들을 강제로 농촌으로 대거 보냈던 '하방'(下放) 운동을 연상시키는 캠페인을 강화하고 있다고 2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광둥성은 2025년 말까지 대졸자 30만명을 농촌으로 보낼 계획을 세웠다.
지난 2월 발표된 광둥성의 해당 계획에 따르면 대졸자들은 농촌에서 풀뿌리 간부, 기업가 혹은 자원봉사자로서 기여하게 된다.
대부분의 다른 지방 정부들도 농촌으로 보낼 인력의 규모나 파견 지역을 확대하는 식으로 비슷한 프로그램을 키우고 있다.
장쑤성은 애초 상대적으로 빈곤한 5개 도시의 저개발 지역을 대상으로 했던 것을 지난해 성 전역으로 확대해 매년 농촌 지역에 최소 2천명의 대졸자를 보낸다는 계획을 세웠다.
과거에도 '신하방'이라는 해석 속에서 유사한 캠페인이 펼쳐졌지만 올해는 '제로 코로나' 3년 이후 중국이 경제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상황에서 실업률이 치솟자 당국이 젊은이들의 농촌행을 더욱 강조하는 모양새다.
중국의 지난달 청년 실업률은 20.4%로, 2018년 이후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중국 당국이 잇따라 청년 고용 안정 대책을 내놨지만 방역 완화 이후에도 경제 회복이 더딘 탓에 민간 기업의 고용 여력이 없어 실업률이 낮아지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오는 6∼7월 졸업하는 대학생이 역대 최대 규모라는 점이다.
올해 대학 졸업생은 작년보다 82만명 증가한 1천158만명에 달한다. 중국에서 대학 졸업자가 1천100만명을 넘어서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광둥성 정부 산하 싱크탱크 광둥개혁학회의 펑펑 회장은 젊은이들을 농촌으로 보내는 캠페인은 취업난 속 그들에게 더 많은 구직 기회를 제공하고 인재와 기술이 절실한 농촌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SCMP에 말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2월 중앙농촌공작회의에서 "농촌 활성화를 전면 추진하는 것이 새 시대 농업 강국 건설의 중요 임무"라며 "과학기술과 개혁의 두 바퀴에 의지해 농업 강국 건설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한 농업과 농촌 없이는 진정한 강국이 될 수 없다면서 지방 정부들은 대졸자뿐만 아니라 기업가와 도시로 떠난 농민공들도 다시 농촌으로 불러들여 그들이 현지에서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그에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통해 집권 3기를 연 직후 산시(陝西)성과 허난성을 방문해 농업 관련 현장을 둘러봤다.
시 주석이 당시 시찰에서 찾은 산시성 옌안은 그 자신이 문화대혁명 때인 1969년 하방 돼 7년간 농민들과 함께 일했던 량자허가 있는 곳이다.
그러나 문화대혁명 때와 달리 지금의 농촌행 프로그램은 대부분의 참가자에게 대학 졸업 후 정식 취업 전까지 잠시 거쳐가는 과도기적 성격이 강하다고 SCMP는 설명했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리칭 씨는 올해 초부터 장쑤성의 한 농촌 마을의 부활 프로그램에 참여해 일하는 가운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은 향후 공무원 시험을 치르는 데 가산점을 얻을 수 있지만 다른 직업에는 별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프로그램의 근무 기간 2년이 지나면 많은 이들이 당국의 바람과 달리 농촌을 떠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취업난 속에서 농촌행 프로그램 지원자는 예년보다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광둥성 주하이의 한 대학 학생회에서 활동하는 웬디 리는 정부 지원 대졸자의 농촌행 프로그램에 그간은 매년 10여명이 지원했다면 올해는 약 40명이 지원해 신청이 3배 이상 늘었다고 SCMP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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